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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좀 ‘까칠’해도 괜찮아, 언드라시 시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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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내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곡 연주

경향신문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가 2015년 7월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있다. ⓒ Peter Fischli/Lucerne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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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66)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충돌했다. 최근 캐나다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 도중 생긴 일이다. 연주 일정을 아예 취소해버린 이 사태에 대해 오케스트라 측은 “(시프가) 거칠고 무례하다(Abrasive, Disrespectful)”는 논평을 내놨다. 음악계 소식통으로 알려진 영국 평론가 노먼 러브렉트에 의해 전해진 소식이다. 시프가 인간적으로 까다로운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청년기부터 ‘피아노의 거장’이라는 평을 듣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음악적으로 완벽주의자라는 점은 사실이다.

시프가 자신이 창단한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를 이끌고 내한한다. 시프의 한국 연주회는 여러 차례 있었고 지난해에도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한 바 있지만,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함께 오는 것은 처음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곡(2번, 3번, 4번)을 한자리에서 모두 선보이는 이 연주회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3일 아트센터 인천에서도 공연한다. 시프가 피아노와 지휘를 모두 맡는다.

헝가리 출신 시프는 국내에도 팬이 적지 않다. ‘피아노의 교과서’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도 불리는 그는 바흐에서부터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과 슈베르트, 쇼팽, 슈만, 야나체크와 버르토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특유의 완벽한 피아니즘으로 선보여왔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는 “음악적 뿌리가 깊고 잎이 무성한 큰 나무”라는 말로 그를 평했다. “바로크부터 빈 고전 스타일, 그리고 베토벤의 씩씩한 기상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세계는 깊고 넓다”며 “탄탄한 기본은 물론이거니와 혁신과 낭만까지를 모두 끌어안는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기보다는, 약간 떨어진 지점에서 바라봐야 총체적 면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시프는 2011년 자신의 조국인 헝가리의 우경화를 비판하다 극우주의자들의 협박을 받기도 했다. 2년 뒤 런던에서 60세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BBC와 인터뷰하면서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양손을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당시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과 그가 이끄는 집권당 피데스를 비판하면서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정부만이 아니다. 모두는 아닐지라도 헝가리 사람들은 시민적 용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고국땅에 발을 디디지 않고 있다.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시프의 주도로 1999년 창단된 체임버 오케스트라다. 그의 부인인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시오카와 유코도 이 악단 멤버다. 2005년까지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으며, 이후에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해마다 초청받아왔다. 이번 내한 연주회는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투어의 일환이다. 아시아에서 시작해 월드 투어로 이어갈 계획이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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