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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FACT IN 뉴스] “감 따기는 공관병 업무”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말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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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지 누가 따나”, 자유한국당 영입 논란이 일고 있는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병 갑질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전 대장은 2013~2017년 공관병에게 전자 호출 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고발됐다. 박 전 대장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부인은 공관병 갑질 혐의가 일부 인정돼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세계일보

박 전 대장은 “공관병 갑질 사건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박 전 대장 말대로 감을 따도록 지시하거나 골프공을 줍게 시킨 일은 공관병의 고유 업무라고 볼 수 있을까? 규정을 살펴보니 이는 사실과 달랐다.

◆박 전 대장 “공관에 있는 감 따는 건 공관병의 업무”

박 전 대장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관병 갑질 논란과 관련해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없듯, 사령관이 병사들에게 지시하는 걸 갑질이라고 표현하면 그건 지휘체계를 문란 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장은 “언론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나왔던 ‘냉장고를 절도했다’, ‘전자팔찌를 채워서 인신을 구속했다’, ‘제 아내를 여단장으로 대우하라고 했다’, ‘공관병을 GOP로 유배 보냈다’ 뭐 하나 제대로 확실하게 나온 혐의가 무엇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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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병 갑질' 문제를 제기한 군인권센터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박 전 대장은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박 전 대장은 “‘감을 따라고 했다’, ‘골프공을 주우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며 “공관병은 공관에 편제표가 명시된 대로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전 배포한 입장문에서도 “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며 문제가 없는 과업 지시라는 주장을 했다.

◆공관병이 뭐길래? 공관병 지시 가능 업무 규정 살펴보니

공관병은 야전에서 근무하는 장군이나 제독에게 제공되는 단독주택 형태 숙소인 ‘공관’을 관리하도록 배정된 보직이다. 박 전 대장의 공관병 갑질 논란이 있고 나서 2017년 10월 국방부는 공관병 제도 폐지를 공식 확정했다. 국방부는 ‘장병 사적 운용 근절방안 추진계획’에 따라 공관병 198명의 편제를 삭제한 바 있다.

공관병 보직이 존재했을 때는 감을 따는 등의 업무가 공관병의 고유 업무였을까? 2017년 당시 공관병과 관련된 육군 규정은 제49조(기본지침)와 제51조(공관 근무병 운영), 제52조(병력 및 근무병 운용간 금지 사항)이다. 제49조는 ‘공관병이 편제표에는 미반영되어 있지만 장관급 지휘관 승인 아래 편제병력을 활용해 겸무 보직으로 운영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51조와 제52조는 공관 근무병의 임무로 지시 가능 일과 지시 불가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관 근무병 임무로는 ▲공관시설 관리 ▲지휘통제실과 연락 유지 ▲식사 준비 ▲그 밖의 공식적인 지시 임무 수행이 있으며, 업무 지시가 금지된 사항으로는 ▲사적인 지시 행위 ▲어패류·나물 채취, 수석·과목 수집 등 지시 ▲부대 또는 관사 주변 가축사육이나 영농 활동 지시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명백히 규정된 육군 규정 상으로, 관사 주변의 감을 따는 행위는 공관병의 고유 업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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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사의 사적인 업무를 반복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정부가 정하거나 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명백한 갑질”이라며 “감은 (지위가 낮은) 공관병이 따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옛날 세대에나 나올 법한 갑질이다”라고 비판했다.

장현은 인턴기자 jang54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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