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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아빠 올 때까지 밥 안먹을래요" 7살 아들 말에 유족 가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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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헬기 사고 유족 대기 중인 장례식장

유족 "이빨 두 개로 신원 확인해" 부검 거부

유족 20여명 서로 부축하고 안아주기도

남은 실종자 5명 가족들은 강서소방서에

중앙일보

지난달 31일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이모(45) 부기장이 어머니와 대화한 카톡. 사고 3일 전이 이 부기장 7살 아들의 생일이었다. [사진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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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바다에서 돌아오기 전까진 밥 안 먹고 기다릴래요.”

지난달 31일 헬기 추락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이모(7) 군이 했다고 가족이 전한 말이다. 이군의 아버지 이모(39) 부기장의 시신과 서모(45) 정비사의 시신은 지난 2일 독도 해상에서 수습됐다. 유족들은 소식을 듣고 4일 시신이 안치된 대구 달서구 동산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이씨의 이모(63)는 “장례식장에서 오지 않을 아빠를 기다리는 7살짜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66)는 “손주가 아빠의 죽음을 인지하는 중”이라며 “아빠랑 아직 하기로 한 게 많다며 목록을 이야기 하는데 가족들이 울음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4일 동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이씨와 서씨 유가족 20여 명이 모였다. 빈소 두 곳에서 유족들은 “눈물이 말라 더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이내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씨의 외할머니(85)는 “내가 먼저 가야 했는데”라며 가슴을 쳤다. 소방대원들은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갖다 주기 위해 오갔고, 답답한 유족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손을 잡고 밖으로 함께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씨의 어머니 김모(61)씨는 장례식장 빈소에서 아들과의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방을 다시 봤다. 이씨와 그의 아내, 어머니 등이 함께 있는 카톡방이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사고 3일 전 있었던 그의 7살 아들 생일 파티 사진을 대화방에 올렸다. 사진 속 이씨는 아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었다. 어머니 김씨는 “학창시절부터 휴대 전화에 ‘장한 아들’로 저장해 뒀다”며 “3년 전쯤 간암으로 막내아들을 잃고 첫째까지 이렇게 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서 1일 오전 1시30분쯤 며느리로부터 사고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며느리가 한밤중에 전화가 와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어머니, 어머니, 오빠가요’ 하며 말을 제대로 못 하길래 무슨 일이 생겼다는 느낌이 왔다”며 “강원도 원주에서 차를 운전해서 오는데 핸들을 쥔 손이 벌벌 떨리더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 전체가 모인 카톡 대화방 내용도 공개했다. “우리 조카, 어디 먼 해변가에서 누가 발견해서 정신차려서 연락올 것만 같네”, “그러기에 독도 바다는 너무 무서워”, “**이 친구들이 사고 맞냐고 나한테 자꾸 전화가 와. 전화를 안 받는다고. 휴대전화 신호는 가” 등의 대화에선 아직도 가족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해 보였다.

이날 유족들은 시신 부검과 관련해 해양경찰청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씨의 이모는 “우리 조카가 뼈밖에 안 남았다는데 도대체 왜 부검을 해야 하느냐”며 장례식장에서 울부짖었다. 유족에 따르면 수습된 시신은 신체 일부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치료한 이빨 두 개로 우리 조카인 줄 알았다더라”며 “훼손 상태가 심해 가족은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할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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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 어업인복지회관에 마련된 독도 인근 추락헬기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한산하다. 50여명의 가족들이 머물던 이곳은 현재 2명의 가족만 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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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구 강서소방서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는 아직 찾지 못한 헬기탑승자 5명의 가족이 모였다. 사고 당시 소방헬기에는 이씨와 서씨 외에 기장 김모(46)씨, 구급대원 배모(31)씨, 구조대원 박모(29·여)씨, 그리고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 윤모(50)씨, 보호자로 나선 동료 선원 박모(46)씨가 타고 있었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 안아주며 마음을 달랬다. 소방당국은 심리상담실 2곳을 설치해 가족의 심리 상담을 돕고 있다.

구급대원 배모(31)씨의 가족은 “독도 간다~~”는 배씨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배씨의 어머니 유모(59)씨는 “다른 일도 할 수 있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 하고 싶어해서 아들이 해난구조대(SSU)에 들어갔다”며"다른 사람 도와주는 자신의 직업이 정말 좋다는 말 자주 했는데, 아직 찾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이태윤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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