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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박찬주 2년 전 갑질논란 해명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 진술, 신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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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기자회견을 통해 2년 전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관의 위생관리가 미흡하다거나 공관관리가 미흡하면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은 부려 먹는게 아니라 편제표에 나온 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갑질로 보도된 진술이)공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의 진술이기 때문에 그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조만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박찬주 “갑질 동의하지 않아…공관병들은 편제표에 나온 대로 임무를 수행한다”

박 전 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갑질이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휘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공관병 갑질 사건을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군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순세력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며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군인권센터를 겨냥했다. 그는 “군인권센터는 제가 거쳐간 공관의 공관병들을 상대로 장기간 뒷조사를 진행했고 특히 공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떠난 병사들을 중점적으로 접촉했다”며 “협조하지 않는 부관에게는 ‘육사폐지는 우리의 신념이다’라는 협박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던 사안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관병들이 편제표에 나온 대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박 전 대장은 “공관의 위생관리가 미흡하다거나 공관관리가 미흡하면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관병에 대한 수준이)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일부에서는 왜 공관병이 너희 자식이냐고 비난하고 남의 자식 데려다가 왜 부려 먹냐고 하지만 그것은 부려 먹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내의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아내에게 적용된 혐의는 감금과 폭행 두 가지로 하나는 공관병이 베란다에 있는데 제 아내가 나가면서 문을 잠가 갇혀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썩은 과일을 던져 팔에 맞았다는 것인데 두 가지 모두 제 아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공관병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공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의 진술이기 때문에 그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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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박찬주 전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불기소 이유 공개 및 검찰 항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박 전 대장은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군인권센터에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군인권센터는 군대의 질서와 군기를 무너트리는 잘못된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해체할 것을 촉구한다”며 “군대를 모르면서 군대를 평가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조만간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무고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아직도 전자팔찌 운운하며 허위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행위 역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장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군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한번 가서 교육 좀 받아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2년 전 “관사관리, 사령관 보좌 이외 사적업무 전담했다” 박 전 대장 부부 공관병 갑질 의혹 폭로

군인권센터는 2017년 7월 ‘공관병은 육군 대장 가족의 몸종이 아니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 전 대장의 갑질의혹을 제기했다. 센터는 “갑질을 당한 피해자는 공관병, 조리병, 보좌관으로 관사관리, 사령관 보좌뿐만 아니라 사령관 가족의 빨래, 다림질, 텃밭 가꾸기, 옷 관리, 화장실 청소 등 사적업무를 전담했다”며 “심지어는 사령관 가족의 성경책 비치까지 챙기는 등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고 폭로했다. 센터는 “공관병은 장병 표준일과와 전혀 상관없이 근무했는데 사령관이 새벽기도를 가는 새벽 6시부터 잠드는 오후 10시까지 대기한 후 근무를 종료하는 등 과로가 일상화돼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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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 전 대장의 부인에 대해서는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공관병들을 심하게 대했다”고 관련 사례를 나열했다. 센터는 “하루는 조리병이 미나리를 다듬던 칼을 빼앗아 도마를 쾅쾅 치며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소리치고 칼을 허공에 휘두르며 ‘상추 같은 걸 준비해야지’라고 고함을 지르고 위협했다”, “사령관의 남색 체크 셔츠 우측 주머니에 고춧가루 3개 정도가 묻어있자 이를 발견한 부인이 ‘사수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너는 이런 걸 봤으면 빨리 빨래를 하고 세탁할 생각을 해야지, 옷관리를 이렇게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질책했다”, “명절에 과일, 음식 60여 박스가 선물로 왔는데 사령관의 부인이 물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썩은 과일들을 공관병에게 집어던지기도 했고 공관병이 전역한 선임에게 전해 듣기로는 공관병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베란다에 40분동안 가둬놓은 적도 있다고 한다” 등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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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장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사령관 첫째 아들이 밤늦게 귀가를 하면 간식을 준비해줘야 하는 일도 담당했다. 공군병사로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이 휴가후 부대로 복귀할 때 운전 부사관이 차에 태워 부대 복귀를 시켜주는 등의 차량 사적 운용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센터는 2017년 8월 추가 의혹 제기에서 ‘공관병 전자팔찌 의혹’도 제기했다. 센터는 “공관병들의 추가 제보를 보면 박 사령관 부부는 심부름시키기 편하도록 이들의 팔에 ‘전자팔찌’를 채웠다고 한다”며 “박 사령관 부부가 호출벨을 누르면 별채에 있는 공관병들이 팔찌의 진동을 느끼고 신속히 본채로 달려갔다. 호출에 늦으면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고 했고 이들 부부가 던진 호출벨에 맞은 적도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장은 논란이 지속되자 같은해 8월 전역지원서를 내고 퇴역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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