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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눈, 86세대와 청년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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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그 이후] ②다시 문제는 불평등이다

86세대 대표주자 조국 공격은 ‘민주화 성과의 부정’이라고 느껴

동일 세대들이 주도적 방패역할 청년들은 계급적 박탈감에 절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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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정국’은 ‘세대 문제’를 다시 논쟁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눈여겨볼 지점은 조국 정국을 전후로 제기된 세대 담론은 ‘386’ 또는 ‘586’으로 지칭된 특정 세대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여기엔 조국이라는 인물이 이 세대의 대표주자로 인식됐다는 점, 도덕적 구설과 논란에 휩싸인 그를 주도적으로 옹호한 것도 대부분 같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겨레

‘사회 갈등의 축이 세대냐 계급이냐’ 하는 것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사회과학자들은 대체로 세대보다는 계급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세대라는 정체성은 자아 형성기 문화 환경과 청년기의 집단 경험 같은 주관적 요소들에 영향받지만, 계급의 정체성은 경제적 처지와 이해관계라는 객관적 요인들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초 출간된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책 <불평등의 세대>는 한국 사회 불평등 위계 구조의 정점에 86세대가 있다는 논쟁적 주장으로 주목받았다. 이 책의 논지는 조국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보수 언론의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386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7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며 이 교수의 논지를 적극적으로 끌어 썼다. 86세대가 정치권은 물론 기업, 관계, 문화, 교육계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특유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공고한 기득권의 성채를 쌓았다는 게 기획의 핵심 주장이었다. 이 교수의 생각을 물었지만 “조국사태에 관한 것이라면 침묵을 지키겠다. 책과 조국을 연결하는 많은 시도와 해석에 대해서도 침묵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조국 정국을 거치며 이 교수의 논지는 20~30대는 물론, 같은 86그룹 안에서도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한 게 사실이다. “사회학자로서 세대론에 비판적”이라는 조형근 한림대 교수는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데서 세대별 감수성의 차이가 확연히 나타났다. 세대 경험이 86세대와 지금의 20~30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조 교수가 볼 때, 학생운동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86세대는 조국이 공격받는 것을 ‘민주화의 성과 자체가 부정당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이 검찰개혁이라는 ‘일반 민주주의적’ 요구에 뜨겁게 반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반면 20~30대가 조국 정국에서 절감한 것은 계급적 박탈감이었다. 제도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안착한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로선 ‘민주개혁’이라는 추상적 의제보다 자신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취약성에 일차적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페이스북에서는 정치 성향이 ‘범진보’에 속하더라도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50대 이상과 1990년대 이후 출생한 20~30대의 반응은 확연히 갈렸다. 앞의 집단이 조국을 ‘이해’하고 ‘방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면, 뒤의 집단은 조국은 물론 그를 옹호하는 50대들에 대해서도 대체로 냉소적이었다.

세대별 차이를 보여주는 이런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9월17~19일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찬성 여론은 50대(41%)가 20대(30%)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20대가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여론이 같은 연령대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38%)보다 낮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20대에서도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한 비율이 상당했다는 얘기다.

다만 조국 정국을 계기로 강화된 보수 언론의 ‘86세대 때리기’에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형근 교수는 “40대를 거쳐 50대가 되면서 86세대 역시 시스템의 일부가 된 게 사실이지만, 모든 불평등이 86세대 때문에 생겼다는 주장은 견강부회다. 그들의 의도는 20대와 86세대를 반목하게 만들어 ‘촛불동맹’으로 상징되는 ‘20~50대 유권자연합’을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세대론의 함정’을 경계했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진보·보수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아이엠에프(IMF) 세대가 지금 가장 진보적인 30대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특정 연령 집단의 정체성은 시간의 흐름과 지위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지 하나의 성향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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