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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설왕설래] 부자도시 울산의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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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울산은 땅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울산은 신라 초기 우시산국(于尸山國)에서 비롯된다. 우시산은 이두라고 한다. 시(尸)는 ‘ㄹ’을 표시하는 이두. 우시산은 곧 울산이다. 울은 울타리·고을·성을 뜻하는 말이다. 그 이름에 한자 고을 울(蔚)을 붙였다. 한자 ‘울’은 구름이 이는 모양, 성한 기운을 뜻한다. 성한 기운이 산을 이루는 곳이 울산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경제개발과 더불어 울산은 국내 최대 공업도시로 떠올랐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후 석유화학·조선·자동차의 중심지가 됐다. 100대 기업 중 이곳에 근거를 두지 않는 기업은 드물다.

이런 말을 한다. “울산에는 불이 꺼지는 법이 없다.” 하루 24시간 멈출 줄 모르는 공장들. 근로자들은 밤낮으로 일하고, 가게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길목마다 불야성을 이룬 크고 작은 가게와 음식점들. 남쪽의 고리·새울 원전은 울산을 돌리는 거대한 동력원 역할을 한다.

그런 울산에 아우성이 일기 시작했다. “울산에 산 지 40년인데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웬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택시기사가 던진 말이다. 곳곳에 빈 가게가 등장했다고 한다. 함부로 임대료를 올렸다가 낭패를 겪는 건물주도 한둘이 아니란다. “실랑이 끝에 결국 가게를 비웠는데, 서너 달이 지나도 가게에 세들 사람이 나타나질 않아요. 택시 손님요? 없어요.”

울산은 어떤 곳일까. “외환위기도 비껴갔다”고 한다. 부자 도시의 대명사로 통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통계 기준연도를 바꾼 2017년에도 6537만원으로 단연 1위다. 충남 5366만원, 서울 4137만원을 크게 능가한다. 하지만 그해 1인당 소득에서는 7년간 지킨 1위를 서울에 내주고 말았다.

불황의 그림자는 갈수록 어두워져 지금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한다. 조선 불황, 자동차 불황, 석유화학 불황…. 이제는 울산에 뿌리를 둔 대기업마저 투자처를 해외로 돌린다. 경제난에 ‘성한 기운’은 시들고 있는 걸까.

몸살을 앓는 울산 경제. 우리나라의 산업 심장이 이 지경인데 청와대는 어찌 “우리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고 하는 걸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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