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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또 ‘통미봉남’ 꺼낸 北 “美, 연말 지혜롭게 넘기나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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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좁아지는 韓정부 역할 / 김계관 北 외무성 고문 담화 발표 / “김정은과 트럼프 친분·신뢰 굳건 / 장애물 극복 동력 마련되기 바라” / 트럼프 친분 언급 사흘만에 화답 / 2019년 말 전 회담 성사 의중 내비친 듯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또 한 번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분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전날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던 김 위원장이 한국은 배제한 채 미국과만 협상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다시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김계관(사진) 북한 외무성 고문은 24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고문은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조미(북·미) 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며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북한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답한 셈이다. 김 고문은 또 “나는 이러한 친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 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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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 같은 메시지는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협상 시한인 연말이 지나기 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싶다는 북한의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현재 북·미 사이에 추가 실무협상을 위한 회담 장소를 논의하는 단계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미국은 ‘스톡홀름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에 협상장 복귀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로버트 우드 미 군축대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핵무기를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우리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한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촉구한다”며 “북한과 관련한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우드 대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릴 경우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시했다”고 강조하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기존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들을 계속 전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면서 한국은 배제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열린 북한정세설명회에서 “북·미 협상 진전 여부에 따른 ‘선미후남(先美後南)’ 프레임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3월까지로 한정해 보면 가장 큰 가능성은 통미봉남”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도록 사전 대책을 강구하고 한국의 새로운 역할공간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병욱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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