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야 교섭단체 3당이 국회에서 `3+3 회동`을 하고 사법 개혁과 선거법 관련 법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왼쪽부터 이만희 자유한국당·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 오신환 바른미래당·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김종민 민주당·김재원 한국당·박찬대 민주당 의원.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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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본회의 상정을 추진해 왔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측 협조를 얻지 못한 채 한발 물러서는 전략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공수처법 상정을 강행하며 국회에서 또 파열음이 나오면 정국 운영에 적잖은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던 민주당이 자유한국당 측 격렬한 반대 속에 다른 야당들 협조를 얻어내는 데에도 실패한다면 지도부 책임론이 내부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치법안 처리와 관련한 민주당 측 방침은 25일 의원총회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9일 공수처법 우선 상정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법 처리 보장을 전제로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과 막판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측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민주당이 한 발 물러나 패스트트랙 공조 야당들이 주장하는 '공수처법·선거법 동시 처리'로 방침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에서 '선 공수처법' 상정을 강항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법안만 무리하게 우선 상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라며 "공수처를 필두로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구태여 '조국 사태 2라운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을 비롯한 여야 3당 교섭단체는 3+3(각 교섭단체 원내대표 외 1인) 회동과 검찰 개혁 법안 관련 실무 협상을 각각 진행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이) 중요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며 "한국당이 새로운 제안을 갖고 와야 한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따른 법안 처리는 법적 강제 절차로, 언제까지 한국당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이 공수처 반대 방침을 바꾼다면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자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공수처에 대해 '문재인 정권 보위부'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민주당 내부에서 나온다.
반면 한국당은 이날 협상에서도 공수처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더 심의해야 하는데도 (민주당은) 29일 자동 부의가 되는 것처럼 억지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모 의원이 공수처가 있어야 황교안 대표 같은 사람을 수사한다고 했는데, 한마디로 공수처가 있어야 누명을 씌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 정권의 보위부"라고 지적했다.
한편 패스트트랙 공조에 참여했던 야당들은 민주당 측 공수처 선(先) 처리 요구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며 '선거법 우선 처리 합의' 준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평화당·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국 5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우선 처리를 위해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공수처법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아니라 당초 합의대로 선거제도 개혁안이 처리되고 검찰 개혁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패스트트랙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여야 4당 테이블을 빨리 열어 남은 쟁점들, 각 당에서 제기한 여러 요구를 조정해 국회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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