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 두 번 재심 끝에 피해회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대법원/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지 강탈에 불복해 재판에서 이기고도 국가의 재심 청구로 승소 판결을 빼앗긴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재재심을 통해 권리를 되찾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 이모(사망)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 재재심 상고심에서 앞선 재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구로농지 사건은 1960년대 구로공단 조성을 위해 국가가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반발한 농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소송을 내 대부분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는 이 소송에서 증언한 공무원들을 위증죄 등으로 수사해 농민들로부터 권리 포기를 받아냈고, 권리를 포기하지 않은 농민들은 기소했다. 이후 국가는 패소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해 농민들의 승소를 취소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구로농지 사건을 "국가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들의 민·형사 재심 청구가 잇따라 지금까지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배상액 추정액은 2017년 기준 최소 9181억원 규모였다.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유권 소송에서 1968년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국가가 청구한 재심으로 1989년 취소당했다. 유족들이 1977년 사망한 이씨를 대신해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재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의 재재심 재판부는 "재심 사유가 없음에도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씨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재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이씨 측 손을 들어줬다.

관련 사건 재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씨 측이 피해회복을 뒤늦게 주장한 것은 아닌지 여부가 다시 다퉈졌지만, 대법원도 서울고법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재심은 판결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켜 하자를 시정함으로써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 개의 판결이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하나의 사유가 별개의 독립된 재심사유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