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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사설] 극단적 정치 집단 민변에 수사 권력까지 주려는 공수처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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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과 관련해 "재판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저해되는 부분에 대한 특별한 유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처장은 "재판에 관한 고소·고발이 공수처에 밀려올 것"이라며 "법관을 위축시킨다"고도 했다. 현직 대법관이 사법부를 대표해 공수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한 것이다. '조국 사퇴' 시국 선언 교수들이 22일 "독재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수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원래 대통령 가족과 측근, 고위 공직자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기 위해 만들자는 것이었다. 대통령 충견인 검찰이 산 권력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니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 대신 수사를 맡기자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수처 법안은 그와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문제는 '독립'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장 인선은 추천위가 후보 2명을 뽑으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한다. 야당에 일부 거부권을 준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여당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엔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를 단수 추천하자고 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뽑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권을 잡자 대통령 권한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공수처장뿐 아니라 공수처 검사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했다. 공수처 검사는 재판이나 수사 경력 이외에 '조사 경력'이 있어도 될 수 있고 검찰 출신은 절반을 넘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조사'는 어떤 조사를 말하나. 과거사 조사나 세월호 조사도 거기에 포함되나. 21일 시민단체 토론회에선 "현 정권이 공수처를 '민변 검찰'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민변을 염두에 두고 조항을 끼워넣은 것"이라고 우려한다. 민변은 현 정권이 만든 '적폐 청산' 위원회들을 장악해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기꾼을 '정의로운 증언자'로 떠받들며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들이 공수처를 장악하고 수사 권력까지 갖게 되면 더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한번 공수처 검사가 되면 9년까지 자리에 있을 수 있다.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할 수 있지만 대통령 가족과 청와대 수석, 장차관, 국회의원 등은 기소할 수 없다. 일반 국민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라면 당연히 대통령과 그 친·인척, 청와대 실세를 떠올린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기소도 못 하는 사실상의 '판검사 수사처'다.

매년 법원·검찰 등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은 수십만 건에 달한다. 작년 기준 '직권남용' 고소만 14만 건이나 된다. 공수처가 이를 빌미로 판검사들을 수사하거나 압수 수색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권력 감시 기구라는 건 허울이고 실제론 판검사들을 장악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도 이첩받을 수 있다. 정권 마음먹기에 따라 '환경부 블랙리스트'나 '조국 수사'를 공수처가 가져와 뭉갤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역 군인 재판·수사는 군이 자체적으로 한다는 원칙을 허물고 장성급은 공수처가 수사하도록 해 '군 장악'까지 가능해진다.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법조인이 한 인터뷰에서 "나는 열렬한 공수처 지지자였는데 조국 사태를 보며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 "우리 정권 비리도 수사하라"고 했지만 막상 검찰이 조국을 수사하자 '절제하라'며 압박했다. 공수처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전문가가 공수처에 대해 "헌법 위반" "민변 검찰" "판검사 사찰 기구" "독재 수단" "통제받지 않는 괴물"이라고 하고 있다. 공수처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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