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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文대통령 "공정·국민" 연설에 “조국” 외친 한국당…공수처법엔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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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도 정부예산의 시정연설에서 ‘공정’과 ‘검찰 개혁‘을 강조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조국”으로 답했다. 문 대통령이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언급하자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수차례 “조국”을 반복해서 외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의혹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한국당 의원들은 총 4차례 ‘조국’을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박수 속에 등장했던 문 대통령은 한국당의 냉대 속에서 연설을 마치고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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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번의 박수…한국당은 박덕흠 의원만 한 번 박수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등과 환담을 나눈 뒤 본희의장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여야 의원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과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눈 뒤 민주당 의석을 가로질러 연단에 올랐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서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지켜만 봤다.

30분가량 이어진 문 대통령의 연설 동안 박수는 총 28번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시작된 박수는 정부 부처 장관들이 따라서 박수를 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는 대목 등에서는 대안 신당의 일부 의원들도 박수에 동참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 연설 동안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덕흠 의원만이 사병 월급을 인상하겠다는 대목에서 한 차례 박수를 보냈다.

◆文, 검찰 개혁 강조하자…한국당은 야유, 민주당은 박수로 화답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 개혁을 강조한 대목에서는 한국당의 야유와 민주당의 박수가 동시에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히자 일부 의원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를 강조하자 대부분이 양손으로 ‘엑스’를 그리며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 바로 앞에 앉아 있던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검찰 개혁 부분 내내 엑스를 표시했다.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연설 내내 양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당 의원들을 바라보며 연설문을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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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던 중 공수처법 관련 발언을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두팔을 들고 엑스표를 그리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의 근거로 ‘국정농단사건’을 언급하기 전 2초가량 주춤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을 바라보던 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국정농단’을 언급한 단어 앞뒤로 말하는 속도를 낮췄다. 한국당 의원들은 곧장 반발하며 웅성거렸고 민주당은 박수로 화답했다. 한국당 김태흠·김정재 의원은 연설 후반부에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며 중간에 의석을 박차고 나갔다.

◆文대통령 외면한 한국당, 악수하려다 못한 금태섭 의원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문 의장과 악수한 뒤 한국당 의원들이 자리 사이로 빠져나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자 모두 기립해 박수로 환호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 없이 곧장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은 앞서 빠져나가는 한국당 의원들을 따라가며 악수를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김성태·성일종·김현아·이주영 의원 등이 문 대통령과 악수했다. 김진태 의원은 문 대통령이 옆으로 다가오자 고개를 돌리며 악수를 하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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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연합뉴스


본회의장 출구 앞에 모여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한국당 의원들 사이를 빠져나오자 박수로 환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과 악수하려고 앞다투어 출구로 모여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와 법무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던 금태섭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려고 다가가다가 앞선 의원들에 막혀 인사를 포기하고 돌아섰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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