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산업박람회 가보니
자체개발한 탐지기 첫 공개…'스피커·시계 몰카' 모두 적발
사진만으로 물건 지문 확인…최첨단 지문검출 장비 첫선
"수사역량 알려 치안한류 기여"
천원 지폐를 촬영해 사진만으로 지문을 검출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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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탐지기가 빨간색으로 변하죠? 위장형 카메라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겁니다."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치안산업박람회'에 특별한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일명 '몰카(몰래카메라)'를 직접 찾아보도록 만들었다. TV, 시계, 셋톱박스, 서랍 등 숙박업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에는 위장형 카메라 6대가 설치돼 있었다. 직경 1㎜도 채 되지 않는 렌즈는 사각지대 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눈으로는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때 경찰이 자체 개발한 IP카메라 탐지기가 등장했다. 태블릿PC에 구현된 탐지기는 정확하게 위장형 카메라 6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초록색을 나타내던 탐지기는 금세 노란색, 빨간색으로 변했다. 위장형 카메라가 매우 가까이에 있다는 의미였다. 몰카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휴대전화 손전등을 켠 뒤 카메라가 있을 법한 공간을 비춰봤다. '반짝'하고 순간적으로 빛이 반사됐다. 카메라 렌즈가 있다는 의미다. 하나하나 확인하니 셋톱박스, 소형 스피커, 벽걸이 시계, 티백이 담겨진 철제 통 등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물품 내부에 모두 작은 카메라 렌즈가 설치돼 있었다. 탐지기를 통해 몰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찾아낼 수 있던 것이다.
경찰이 자체 개발한 카메라 탐지기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은 지난 3월 전국 10개 도시 모텔 30곳에 IP카메라를 설치하고 1600명의 투숙객을 촬영해 인터넷으로 중계한 일당을 적발했다. 몰카 탐지기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카메라가 전송하는 무선통신을 감지해내는 방식으로, 넓게 뚫린 공간이라면 40~50m 거리에서도 탐지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특히 투숙객이 있는 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숙박업소의 몰카 탐지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 탐지기를 들고 사이버안전국 부스에서 약 50m 떨어진 박람회장 입구까지 나갔는데도 탐지기는 '초록색'을 나타내며 카메라를 감지했다.
경찰이 개발한 IP카메라 탐지기가 위장형 카메라가 가까이 있다는 의미의 '빨간색'을 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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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1대장은 "최초 수사 용도로 만들었는데 예방 차원에서도 크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에 이번 박람회에서 공개하게 됐다"며 "태블릿 형태로 각 지방청에 보급해 불법촬영 수사 및 예방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단 12대만 들어와 있는 최첨단 지문검출 장비도 이번 박람회에서 공개됐다. 이 장비는 사진만으로도 물건에 뭍어 있는 지문을 검출해낼 수 있다. 현장에서 1000원짜리 지폐를 촬영해 프로그램을 이용하니 지폐의 문양이 사라지고 하나의 지문이 나왔다. 해상도가 높은 지문은 따로 검출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지문확인 시스템을 통해 누구의 지문인지 확인할 수 있다.
거짓말탐지기를 뛰어 넘는 수사기법이 될 '뇌지문(뇌파)' 탐지 시스템도 선보였다. 익숙한 그림이나 문자를 보면 뇌파가 발생하는 점에 착안해 수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정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을 볼 때 뇌파가 달라진다면 범인임을 의심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이 같은 우리나라 경찰의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과학수사 역량을 전 세계에 알려 '치안한류'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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