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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원자재 가격 하락, 서민에 직격탄… 중남미 반정부 시위 들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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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20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전날 정부는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으나, 시위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등 거세지고 있다. 산티아고=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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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중남미 국가들 곳곳에서 경제 불평등과 생활고에 분노한 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폭발하고 있다. 칠레는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로 진통을 앓고 있고, 에콰도르 정부는 유류 보조금 폐지 등 긴축정책을 발표했다가 거센 반발에 결국 열흘 남짓 만에 이를 철회했다. 성장 둔화와 정부 부채 증가로 긴축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시민들의 격한 반발에 중남미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강행하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칠레 정부는 약탈과 방화가 벌어지며 시위 불길이 거세지자 전날에 이어 이틀째 수도 산티아고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또 수도에만 선포됐던 비상사태를 수도권 전역과 5개 도시로 확대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최소 8명이 숨지고, 1,500명 가까이 체포됐다. 정부는 19일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으나, 잦은 공공요금 인상, 물가 상승 등에 지친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조짐이다.

앞서 에콰도르 정부도 3일 유류보조금 삭감과 세금ㆍ노동 개혁안이 담긴 긴축 정책을 발표했다가 들불처럼 일어난 전국 규모의 시위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통제를 강화하며 강경 대응하던 정부는 13일 정책을 철회하고 취약 계층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열흘간의 시위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350명이 부상했다. 이달 27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아르헨티나에서도 지난달 시민 수천 명이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 등에 항의하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로 나서 농성을 벌였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잇따르는 중남미 소요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 2015년 국제 원자재 가격 폭락 이후 계속된 성장 둔화, 정부 부채 증가 등의 현실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 국가들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한다. 10년 전 51%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또 중남미 지역의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0.2%로 지난 5년간의 평균인 0.6%에 크게 못 미친다.

긴축 정책으로의 선회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가뜩이나 생활고에 처한 서민들이 이에 격하게 반발하면서 중남미 정치 지도자들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대니얼 커너 중남미 본부장은 “남미 거의 모든 지역의 정부들은 재정 문제를 안고 있고, 지지율도 바닥”이라면서 “정치인들은 경제 조정의 필요성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무능력 사이에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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