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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사설]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인상, 총선 뒤로 넘겨 국민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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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올해 발전 자회사에서 사들인 전력 구입 단가가 탈원전 선언 첫해인 2017년보다 1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동안 탈원전을 해도 2030년까지 연평균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1.3%라고 해왔는데 실제는 그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정부는 탈원전 때문이라고 말을 못 하지만 싸고 질 좋은 전기를 만드는 원전을 제대로 가동했으면 인상 부담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지난해 원전 발전 비용은 1kwh(킬로와트시)당 62원, 석탄 83원, LNG 123원, 태양광·풍력은 179원이다. 값싼 원전 대신 값비싼 태양광·풍력을 대폭 늘리면 전기료가 올라가는 건 상식이다. 지금까지는 한전이 전기료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 결과 한 해 수조원 흑자를 내던 한전은 올 상반기 9285억원 적자를 내면서 2012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런 한전에 1조6000억원짜리 이른바 '문재인 공대'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전이 부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민이 전기 요금을 더 내는 수밖에 없다. 왜 정권의 엉터리 탈원전 부담을 국민이 져야 하나.

독일 좌파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에 아이스크림 한 덩이 정도 푼돈이 더 붙을 것"이라고 자국 국민에게 말해 왔다. 지금 독일 전기료는 EU(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비싸다. 그 길을 우리가 그대로 걷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5월 원전 발전량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향후 20년간 태양광·풍력 등에 대한 투자가 5배 늘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대중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한국은 203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341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LNG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온실가스 감축분 전체를 이 방식으로 추진하면 2030년 LNG 발전 비율은 당초 19%에서 29%로 대폭 오른다. 발전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반대하는 탈원전을 밀어붙이며 원전보다 세 배 비싼 태양광 전기를 쓰라고 하고, 탈석탄 한다며 원전보다 두 배 비싼 LNG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정부가 2년마다 세우는 법정 계획인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담겨야 한다. 그런데 올해 안에 발표돼야 하는 9차 기본 계획이 발표는커녕 작성 움직임조차 없다고 한다.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면 국민이 반발할 테니 아예 전력수급 계획 발표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룬다는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알고 우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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