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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기발한 발표에 박수 쏟아져… 글쓰기·말하기 실력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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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플라톤 독서 발표논술대회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는 친구에게 빌린 다이아 목걸이를 잃어버려 10년간 고생하며 돈을 버는 마틸다의 이야기입니다. 마틸다는 뒤늦게 친구에게 이 목걸이의 다이아가 가짜라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이런 주인공을 꼭 불행하다고만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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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를 읽고 주인공에 대해 느낀 점을 설명하는 고휘준(인천 동산중 1)군. /이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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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교육대학교 사향문화관 1층 강당. 마이크를 잡은 고휘준(인천 동산중 1)군이 '목걸이'를 읽고 느낀 점을 발표했다. 고군은 "이 일을 계기로 주인공은 욕심부리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지난 10년이 아깝지 않게 더 멋지고 성숙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무진 말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서울교대에서는 '2019 주니어플라톤 독서 발표논술대회' 발표회와 시상식이 열렸다. 조선에듀·한솔교육이 주최하고 서울교대가 후원하는 주니어플라톤 독서 발표논술대회는 학생들이 독서 후 느낀 점을 말과 글로 표현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향상하도록 이끈다.

올해 처음 열린 이 대회에는 발표, 논술 부문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394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학년별로 정해진 책을 읽고, 주제에 대한 생각을 발표 영상 또는 글로 표현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이를 심사한 한솔교육 관계자와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들은 대상·금상·은상·본상 수상자 84명을 가렸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이향근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단순히 줄거리를 늘어놓기보다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본인의 경험과 연계해 깨달은 점을 솔직하게 풀어낸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에는 학년별 대상과 금상 수상자 28명과 그들의 부모가 참석했다. 시상식에 앞서 발표 부문 수상자는 차례로 무대에 올라 영상 내용을 청중 앞에서 발표했다. 논술 부문 수상자들의 작품은 복도에 전시됐다. 같은 책과 주제였음에도 학생들은 제각각 다른 생각과 감상평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초등 3학년 참가자의 미션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영국 민화 '잭과 콩나무'를 읽고 '잭은 왜 여러 번 하늘로 올라갔을까'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미션이다. 학생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놨다. 윤시아(서울 중화초 3)양은 "처음에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후에는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서"라며 "거인이 사는데도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주인공처럼 대담하고 멋지게 살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이가영(수원 송원초 3)양은 "하늘로 계속 올라간 이유는 부자가 되려는 욕심 때문"이라면서 "잭처럼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논술 부문 금상 수상자인 임경찬(서울 탑산초 3)군은 "잭은 거인을 설득하고 함께 사이좋게 지낼 방법을 찾고 싶어 계속 하늘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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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주니어플라톤 독서 발표논술대회’ 수상자들. 이번 대회에는 약 4000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참여해 발표·논술 실력을 겨뤘다. /이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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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부문 수상자들은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발음과 표정, 몸짓에도 신경 써 눈길을 끌었다. 그림형제의 '브레멘 음악대'를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한 금상 수상자 박채윤(부산 신정초 2)양은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 손바닥을 펼쳐 앞으로 뻗는가 하면 '야옹' '월월' 등 동화에 등장한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금교돈 조선에듀 대표와 송명식 한솔교육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금 대표는 "밥을 많이 먹으면 키가 자라듯 책을 많이 읽으면 마음의 키가 쑥쑥 자란다"며 "참가자들이 독서의 가치를 깨닫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미래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중요하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사위원 이재승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책을 많이 읽는 것 못지않게 여러 번 반복해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서를 할 때 '주인공은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생각을 계속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하루종일 책을 한 쪽밖에 읽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분의 생각이 점점 자라요. 그리고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큰 인물이 돼 있을 겁니다."

행사가 끝난 뒤, 건물 밖으로 나서는 학생들은 상장과 트로피 외에 또 다른 목표도 가슴에 품었다. 발표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류수완(인천 동양중 3)군은 "발표 영상을 반복해 찍으면서 조금씩 말하기 능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 독서 후 느낀 점을 영상으로 촬영해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면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실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논술 부문 대상 수상자인 이연승(충북 청주 비봉초 2)군은 "이렇게 책을 읽고 소감을 자세히 적어본 건 처음인데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어 좋았다"며 "다음에는 발표 부문에 나가 상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고군은 "다른 학생들의 글과 발표 내용을 보면서 나도 배우고 발전할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더 많이 생각하고 이 내용을 글로 써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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