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정경심 뇌종양 진단서’ 놓고 검찰-변호인 신경전 이유는?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7차 소환조사로 ‘정경심 조사’ 일단락

뇌종양 등 건강상태가 신병처리 여부 변수

검찰 “뇌종양도 천차만별…진단서 필요”

변호인 “입원장소 공개될 가능성 우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7차 소환’을 끝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주 안에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신병처리의 중요 변수로 보고 정 교수 쪽 변호인단에 ‘뇌종양 진단서’와 ‘엠아르아이(MRI) 영상’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 교수 쪽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어서 양쪽의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검찰과 정 교수 쪽 변호인단의 말을 종합하면, 정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6일 6차 조사에서 끝내지 못한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을 마쳤다. 6차 조사 기록 열람 뒤 검찰은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정 교수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의 가능성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지만, 최근 정 교수가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병처리를 놓고 고심 중이다. 정 교수는 영국 유학 시절 추락사고에 따른 두개골 골절로 검찰 조사 때마다 두통·어지럼증 등을 호소했는데, 뇌종양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검찰은 정 교수 쪽에 병원 진단서와 엠아르아이 촬영 결과, 영상의학과 판독 서류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뇌종양과 뇌경색의 종류는 다양하다.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실제 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지금 변호인 쪽에서 제출한 자료로는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 쪽은 지난 15일 저녁께 검찰에 ‘입퇴원증명서’를 팩스로 제출했는데, 검찰은 △발행 의사의 성명 △의사면허 번호 △소속 의료기관 등의 정보가 빠져 있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서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이 사실상 정 교수 쪽이 제출한 자료의 ‘진실성’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정 교수 쪽은 ‘진단서의 진위 논란’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정 교수 쪽 변호인은 “앞서 정 교수가 다녀간 병원이 공개되면서 사생활 노출의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또다시 입원 장소가 공개되면 병원과 환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병원 이름 등을 지운 문건을 제출한 것이고, 이 부분은 검찰에 사전 설명했다”며 “병원 노출을 피하면서 검찰도 만족하는 진단서를 제출하기 위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입원증명서 제출 사실이 알려져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뇌종양 진단서’가 검찰의 정 교수 신병처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만큼 정 교수 쪽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뇌종양·뇌경색 등의 병세가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진단서가 구속영장 청구의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 진단 사실이 알려져 검찰이 이미 ‘여론의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만큼, 굳이 자료를 제출해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데 객관적인 ‘구실’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병원명·의사명 등이 있어야 검찰이 해당 병원과 접촉해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정 교수 쪽은) 그걸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 교수 쪽 변호인은 “뇌종양을 이유로 조사를 못 받겠다고 한 적도 없기 때문에 검찰은 우리에게 제출을 요구할 게 없고, 우리도 제출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수사팀 내부에서도 앞서 ‘건강 상태 등의 이유’로 조 전 장관 동생의 영장이 기각된 뒤, 영장 청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정 교수도 조 전 장관의 동생처럼 ‘건강 상태’를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다면, 수사 전반이 크게 휘청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상황이 되다 보니 빠르게 이뤄져야 할 절차마저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혐의의 중대성이나 입증 정도 등 수사의 본질보다 상대방의 주장을 논박하는 ‘여론전’에 골몰하는 수사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