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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한-미 방위비 협상, ‘동맹’ 걸맞은 절충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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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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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23일부터 이틀간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린다. 내년 이후 적용될 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2차 회의이지만, 새 한국 쪽 협상 대표가 임명된 뒤 열리는 첫 회의다. 한-미 간 밀고 당기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쪽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대폭 증액을 요구해온 만큼 이번에 어떻게든 구체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더욱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 협상팀은 이에 맞서 합리적 수준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는 절충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도 과도한 증액 압박이 미래지향적 한-미 동맹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를 새기고 상호이익의 접점을 모색하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은 한해 방위비분담금으로 50억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내는 분담금 1조389억원의 5~6배나 되는 엄청난 액수다. 미 국방부의 ‘2019 회계연도 예산 운영유지비 총람’을 보면, 방위비분담금을 포함한 주한미군의 직접 주둔 비용은 대략 44억~45억달러가 된다. 따라서 미국의 50억달러 분담 요구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전체를 내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는 과거 군인을 돈 주고 사서 운용한 ‘용병제’를 연상케 한다. 공통의 가치에 기반한 동맹 관계의 국가가 입에 올릴 얘기가 아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과도한 증액을 관철하기 위해 이전에 없었던 비용 항목도 새로 제시했다”고 폭로했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나 ‘연합훈련·연습 비용’은 물론 ‘미군 가족 및 군속 지원 비용’도 이번에 추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주한미군의 주둔경비 분담을 위한 방위비분담금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다.

며칠 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학생들이 외교 공관을 무단으로 진입한 건 어떤 이유로도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의 행동이 미국의 과도한 증액 요구에 대한 거부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엔 한·미 두 나라 당국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이미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방위비분담금 말고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방위비분담금을 빼고도 각종 면세와 이용료 감면, 공여토지 무상임대 등 직간접 비용으로 4조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의 핵심 자산이다. 이런 점에서도 한국에 일방적으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에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팀은 양국 모두의 공동 안보이익을 제공해줄 합리적이고 공평한 비용 분담 원칙을 마련하고, 서로 만족할 절충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게 동맹의 가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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