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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세계의 창] 트럼프 탄핵과 외교정책 / 존 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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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의 탄핵 조사 대상이다. 민주당은 외교정책 쪽에 탄핵 조사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트럼프는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의 부패 증거를 찾아내려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회유하려 했다. 이건 직접적인 선거자금법 위반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그 안에 잘못된 행동의 증거가 충분한데도 “완벽한 통화”라고 말했다. 행정부 사람들에게는 의회 증언이나 소환을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명백한 사법방해다.

탄핵 조사가 진행돼도 트럼프의 외교정책 접근법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고도로 개인화된 접근을 해왔고, 미국이나 동맹이 아닌 자신의 정치경제적 입지에 도움이 되는 합의를 해왔다. 그는 외국과의 끈을 자신의 2020년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해왔다.

최근 사례를 보자. 트럼프는 북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해, 터키가 시리아 쿠르드족을 공격할 수 있도록 청신호를 켜줬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내팽개친 결정에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경악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시리아 철군을 발표한 직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2천명의 병력 추가 배치를 승인한 점을 봐야 한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봄부터 중동에 1만4천명의 미군을 추가 배치했다. 북부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1천명과 비교된다.

종합해보면,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이란의 영향력 약화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우디는 그 지역에서 이란의 주적이고 두 나라는 예멘에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수니파가 지배하는 터키를 이란에 맞설 잠재적 동맹으로 여길 수 있다. 그의 일관된 집착은 이란 정권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 문제가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탄핵으로부터 관심을 돌릴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가 사우디와 이란 사이의 긴장을 해소한다면 ‘피스 메이커’(중재자)로 자랑할 수 있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앞세워 의회에 ‘마녀사냥(탄핵)’을 멈추라고 주장할 수 있다. 평화 중재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는 트럼프는 이란과 전쟁을 벌일 수 있고, 국제 분쟁에 관심을 집중시켜 국내 갈등 이슈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드는 ‘깃발 집회’ 효과에 기대어 재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협력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중국에 관세 인상을 보류하는 대가로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하는 등의 부분 합의를 이뤘다. 트럼프가 주식시장을 진정시키고 미국 경제가 자신에게 달렸다고 주장하기 위해 무역협상에서 진전 신호를 보이고 싶어 안달이라는 사실을 중국은 잘 안다. 중국은 트럼프 탄핵과 2020년 미 대선이 협상에서 중국의 지렛대를 키워준다는 사실도 안다. 중국은 아무것에나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도 미국의 오래된 거래 방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스톡홀름에서 북한 대표단은 미국의 협상 태도에 좌절감을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면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풀어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전부 아니면 전무’ 기존 접근법과는 달라진 것이지만, 북한은 제재 체제에서 더 실질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나약하다는 신호를 조금만 보내도 국제사회의 상어들이 활개치게 만들 ‘물속의 피’를 뿌리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안다. 터키가 그랬듯이 외국 지도자들은 그 나약함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탄핵 조사가 힘을 받을수록 트럼프는 미군을 파견하고, 무역협상에서 강경 노선을 취하고, 동맹들에 과중한 요구를 하면서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의 충동적 성격은 두드러지고 있다. 탄핵 조사 시작 전까지 예측 불가능했던 그는 이제 더 변덕스러워졌다. 덜컹거리는 미국 외교정책 도로가 훨씬 더 울퉁불퉁해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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