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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브렉시트 다시 표류…존슨, 연장 놓고 EU에 정반대 ‘이중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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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이 새합의안 승인 표결 미루자

EU에 연장요청서 서명 없이 보내곤

의장에 “내 편지 아니다” 전화

서명한 ‘연장 반대 편지’ 따로 발송

“법 회피 시도지만 법정 갈 문제” 지적

영국언론 “EU, 연장 허용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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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영국 의회가 2020년 1월31일까지 브렉시트 시한을 (추가 3개월) 연장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유럽연합에 알려준다” (무서명)

#2. “나는 브렉시트 시한의 추가 연장이 영국과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이익과 상호 관계를 훼손할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서명)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 저녁(현지시각)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3건의 공식 서한을 한꺼번에 보냈다. 한마디로 종합하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해달라, 하지만 나는 그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정면으로 상충하는 서한들은 오는 31일 브렉시트 시한을 채 2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영국이 여전히 브렉시트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존슨 총리는 첫번째 편지에서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연장을 요구하도록 규정한 ‘유럽연합(탈퇴)법’을 통과시켰다”며 “따라서 나는 이런 사실을 유럽연합에 알려준다”고 했다. 마지못해 쓴 것 같은 이 통보문에는 총리 서명도 하지 않은 대신, 유럽연합(탈퇴)법 사본을 첨부했다. 존슨 총리는 투스크 상임의장과와 전화 통화에서 “이것은 의회의 편지이지 나의 편지가 아니다”고까지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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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존슨 총리는 ‘시한 연장 요청서’ 말고도 2통의 서한을 함께 보냈다. 그중 총리 서명이 선명한 편지에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영국 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이거나 다른 연장 기간을 제시하는 건 유럽연합에 달렸다”면서도, 자신은 브렉시트 시한의 추가 연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머지 한 통은 유럽연합 주재 영국 대사 명의로 “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청안은 단순히 영국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 설명문이다.

앞서 17일, 영국과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이행시 영국과 북아일랜드간 ‘하드 보더’(국경 통행·통관 절차의 엄격한 적용)를 피하는 안전장치인 ‘백스톱’ 조항의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19일 영국 하원이 관련 이행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새 합의안 승인 표결을 미루면서, 브렉시트는 다시 표류 상태에 빠졌다. 존슨 총리가 국내법에 따라 유럽연합 쪽에 다급하게 시한 연장을 요청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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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의 ‘이중 행보’는 영국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원천 금지한 국내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자신이 공언해온 10월31일 브렉시트 강행을 관철하려는 꼼수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브렉시트를 더 연기하느니 차라리 도랑에 빠져 죽겠다”고까지 공언한 바 있다. <비비시>(BBC) 방송의 정치 에디터는 20일 “존슨 총리가 유럽연합에 3통의 편지를 보낸 것은 법원(의 시비 판단)을 피하려는 시도라는 논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이 문제가 결국 법원으로 직행할 것이고, 대법원 판결로 매우 신속하게 결판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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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19일 밤늦게 트위터에 “(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청서를 막 받았다. 어떻게 할지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과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유럽연합 관리들을 인용해, “영국의 시한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유럽연합 쪽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연합의 한 대변인은 “영국이 가능한 한 빨리 다음 조처를 우리에게 알려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22일 대사급 회의를 연 데 이어, 늦어도 오는 29일까지는 정상회의를 열어 후속 조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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