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를 받으면서 재판도 받아야 하는 정 교수 사례는 이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고 측 방어권 행사는 수사기록·증거 분석에서 시작된다. 그래야 재판에서 피고와 검찰 모두 공정한 입장에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피고의 권리이고, 변호인 조력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이런 권리를 검찰이 봉쇄한 것이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예외조항을 근거로 “공범수사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될 수 있어 열람·복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검찰이 ‘조국 수사’를 벌인 지 53일이 지났다. 정 교수를 기소한 날도 지난달 9일이다. 그사이 공범과의 관련 범죄사실도 상당수 드러났다. 그런데도 더 할 게 남았다는 것은 ‘늑장 수사’이거나 ‘정 교수 윗선 수사에 대한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정 교수 변호인 측은 “공범수사에 대한 우려는 검찰이 져야 할 부담”이라고 했다. 당연한 지적이다. 검찰이 이런 이유로 피고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막는 것은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일 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내세운 ‘인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둔 수사’와도 배치된다. ‘조국 수사’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크고 엄중하다. 검찰이 하루라도 빨리 수사 결론을 내놓아야 피해는 그만큼 줄고, 갈라진 국민여론도 한데 모을 수 있을 터이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검찰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은 정 교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국회는 형사소송법상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예외조항을 바로잡기를 바란다. 이런 작업들이 이뤄질 때 진정한 검찰개혁이 가능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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