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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일제강동역사관 관람 도중 눈시울 붉힌 이옥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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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 “역사관을 잘 꾸며놓아 좋고, 감사” / 위안부 생활상 담긴 전시관서 눈길 못 떼 / 나눔의 집 관계자 “생존 위안부 피해자 첫 방문, 일정 잘 소화해 다행” / 2박 3일간 고향 등 둘러본 뒤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복귀

세계일보

“일제역사관을 잘 꾸며놓은 것 같아 좋고, 감사합니다.”

18일 오후 부산시 남구에 위치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일제강동역사관)을 방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거주) 할머니는 간단하게 소감을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중 일제강동역사관을 방문한 사람은 이 할머니가 처음이다.

기력이 약해진 이 할머니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전체 전시관을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4층에 위치한 “노동력·여자근로정신대’관을 관람한 뒤 간단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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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4층 전시관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4층에는 △일본군의 위안소 운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 △야나기모토 해군비행장의 위안소 △지옥의 땅 ‘군함도’ △사이판섬, 티니언섬의 자살 절벽 △끝나지 않은 고통, 일본군 위안부 ‘훈 할머니’ 코너 등이 자리잡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상이 사진 앞에 휠체어를 멈춘 이 할머니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은 뒤 감정이 북받치는 듯 나지막하게 “나쁜 사람들”이라고 혼잣말을 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강제동원 피해자 윤병열의 이야기 코너’에서 “돈을 번다는 말에 속아서 젊은 나이에 일본 탄광에 끌려갔다가 온갖 고초를 겪은 분이다”라는 듣고는 과거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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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할머니는 4층 로비에서 여성가족부 주최, 나눔의 집이 주관하는 ‘할머니의 내일’ 특별코너를 한바퀴 둘러봤다. 이곳은 할머니의 어제·기억·오늘·내일을 4개 코너로 구성, 아픈 과거의 내일의 소망을 담아냈다.

이 기획전시회는 지난 7월 2일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이달 28일까지 경기도 구리, 서울, 청주, 부산, 대전 등지를 순회한다.

역사관의 핵심 전시 코너를 둘러본 이 할머니는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부산시 중구 보수동을 찾아 2박 3일간 어린 시절 기억이 남아 있는 고향 곳곳을 둘러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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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관계자는 “아흔을 넘긴 이 할머니가 고향 부산에 간다는 말에 어제부터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며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역사관 관람을 의미깊게 잘 하신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 역사관에는 지난해 14만5000명이 방문했고, 올해도 8월 말까지 11만6000명이 다녀갔다.

부산=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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