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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부산서 '초대형 싱크홀' 트럭 2대 삼켰다…전국 물폭탄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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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호우경보가 발령된 충남 서산에 지난 20일부터 21일 오전 5시까지 249㎜의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산시 읍내동 저지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 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한반도로 접근하면서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곳곳이 물에 잠기고 주민 수백여명이 대피했다. 또 여객선 운항이 통제되고 열차 지연 운행도 속출했다.



등산객 고립되고 도서ㆍ산악선 수백 세대 대피



21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부산과 충남·경북·경남 등 4개 시도, 18개 시ㆍ군ㆍ구에서 200~3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342세대 506명이 대피했다. 이들 중 330세대 494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경북에서는 이날 오전 6시까지 295세대 43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지역별로 울릉도 208명, 봉화 38명, 영주 42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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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늦은 오후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의 한 도로에 강풍과 폭우로 나무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이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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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동 지역에는 200㎜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전날부터 오전 11시까지 내린 강수량은 설악동(속초) 281.5㎜, 속초 조양 200㎜, 향로봉(고성) 198.5㎜ 등이다.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밤사이 나무 쓰러짐, 도로ㆍ주택 침수, 토사 유출, 낙석 등 사고가 29건 발생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 봉정암에서는 가야동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던 등산객 3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밤새 고립됐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도움으로 가까스로 하산했다. 치악산 14개 탐방로와 태백산 26개 탐방로는 모두 통제됐다. 설악산 19개 탐방로와 오대산 10개 탐방로도 통제 중이다. 이를 포함해 국립공원은 17개 공원 430구간이 통제됐다.



부산ㆍ경남선 땅꺼짐에 소방차 빠지고, 피해 신고 빗발



부산에서는 땅 꺼짐 사고가 일어나 배수 지원을 위해 출동하던 부산소방재난본부 소속 배수용 트럭이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쯤 사상구 학장동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땅 꺼짐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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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둥 차량 2대가 빠져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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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까지 사상구엔 시간당 50㎜ 넘는 극한 호우가 이어져 강수량이 243㎜를 기록했다. 이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일어난 사고로 추정된다. 주거ㆍ공장지대 인근 습지생태공원인 삼락공원 배수 지원을 위해 출동하던 소방용 자동차 이어 인근을 지나던 5t 트럭 등 모두 2대가 이 구덩이에 빠졌다. 배수차에 탄 소방대원 3명과 트럭 운전자 등 4명은 모두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강서구에서는 조만강 범람 위험이 있어 주민 대피 권고가 내려졌다. 서구는 이날 오후 12시8분쯤 주민 등을 대상으로 “인근 주민들은 즉시 대피하시고 해당 지역 방문 차량은 우회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안내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조만강 일대 위험 가구 주민 1명과 농민 등 5명에 대해서는 우선 대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부산 금정구와 동래구에서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최대 3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경남에선 침수 등 피해 신고 119건이 소방에 접수됐다. 전봇대가 쓰러지고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지만 인명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폭우에 경남지역 세월교 171곳과 강변 산책로 41곳, 둔치 주차장 15곳 등 276개소가 통제됐다. 창원과 합천·진주에서는 산사태와 누수 등 우려에 246명이 대피했다.



충청권도 물 폭탄… 고립된 시민 소방에 구조



전날부터 2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충청권에서도 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충남 서산 270㎜, 대전(정림) 267.5㎜, 충남 홍성 195.7㎜, 충북 청주(오창) 228.6㎜, 세종 135.1㎜ 등 호우가 내렸다. 새벽에 집중됐던 비는 오전 11시 전후로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은 호우 특보가 발효 중이다.

바닷물이 높아지는 대조기와 맞물려 비가 많이 내린 충남 서쪽 지방엔 밤사이 피해가 컸다. 호우경보가 발령된 충남 서산에 지난 20일부터 21일 오전 3시 10분까지 239㎜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전날 오후 10시 20분쯤 5시간여 동안 서산에서만 상가·아파트·호텔·주택·창고·도로 등 침수신고 49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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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구·유성구 일대 도안신도시를 관통하는 진잠천에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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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오후 5시1분쯤 서산시 부석면 한 상가 건물에서는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들어와 1층이 침수돼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상인 등 주민이 자력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고, 소방당국은 배수 지원, 안전조치를 완료했다.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유실되면서 인근 주택 거주자 4명이 대피했다. 서산시 예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들어찬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는 일도 있었다.

21일 오전 2시18분쯤 충남 천안 동남구 수신면에서는 시설 하우스 인근에서 숙소용 컨테이너가 침수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근 배수로 범람으로 고립됐던 A(63)씨를 구조했다. 앞서 오전 1시쯤 천안 신부동의 한 도로에서 물에 잠겨 침수된 승용차 1대가 경찰에 인계됐다. 운전자는 사전에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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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경보가 발령된 충남 서산에 지난 20일부터 21일 오전 5시까지 249㎜의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산시 예천동 한 아파트에 들어찬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춰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전에서도 이날 오전 9시 기준 50건의 비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4시쯤 대전 동구 성남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빗물이 역류하면서 침수가 일어났다. 소방당국은 주택 안에 있던 주민 2명을 구조했다.

세종에서는 이날 오전 1시쯤 장군면의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졌고, 조치원읍 한 단독주택 마당이 침수되는 등 7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이날 오전 3시 20분 병천천 환희교 일원에 홍수경보가 내려짐에 따라 인근 혜능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직원과 학생 52명을 옥산중학교 강당으로 대피시켰다.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 11명도 경로당 등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도록 했다.



기차ㆍ바닷길도 폭우에 차질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4개 철도 5개 구간에서 열차가 지연 운행됐다. 경부선 대전∼심천역 구간과 부산∼화명역 구간, 호남선 서대전∼익산역 구간, 가야선 가야∼부전역 구간, 동해선 센텀∼오시리아역 구간 등이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서 29개 항로 여객선 41척 운행도 통제됐다. 인천과 섬을 잇는 14개 항로 중 인천∼연평도와 인천∼백령도 등 13개 항로 16척 운항도 통제됐다.

정전사고도 잇따랐다. 21일 오전 5시 45분쯤 전남 광양시 옥룡면에서 248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전은 보수 차량을 동원해 복구했다. 강한 비바람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신주를 덮치는 바람에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전은 전했다.

김민주ㆍ최종권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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