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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수출·투자 7개월째 위축…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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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 곳곳 위기 신호/ 기재부, 경제동향서 ‘부진’ 평가 내려/ 국내외서도 성장률 전망치 잇단 하향/ “사실상 올해 1% 단계 진입” 분석도/ 홍 부총리 “2%대 성장률 달성 총력”/ 해외 투자자들 우려 불식에 안간힘/ 전문가들 “정책 전환 함께 이뤄져야”

세계일보

최근 국내외 주요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는 가운데 정부 안팎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기획재정부는 18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 4월호부터 7개월 연속이고, 2005년 3월 그린북 첫 발간 이후 최장 기간이다.

기재부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이어지고 미·중 무역갈등은 1단계 합의가 있었으나 향후 협상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정부 진단대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가 우리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글로벌 제조업 위축, 미·중 무역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지난 4월 전망 때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무려 0.6%포인트 내린 2.0%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1개 경제전망기관의 전망치는 지난달 평균 2.0%에서 이번 달 1.9%로 1%대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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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 고령화 속도에, 코앞에 닥친 인구감소까지 감안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문턱에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고용동향에서 20대 취업자가 늘어난 것도 해당 연령대의 인구감소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튼튼하다”고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전날 “엄중하다”고 한발 물러선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수출 경쟁력 확보 정책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중 경제전쟁에 한·일 갈등 등으로 낙관적이지는 않다. 정부 내에서도 올해 목표로 삼은 2.4%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게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날 ‘뜨거운 감자 추가 금리 인하’란 제목의 시황 분석 전망 자료에서 “사실상 올해부터 국내 경제는 성장률 1%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는 편이 무난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홍 부총리는 국제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금년도 2.4% 성장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나, 2%대 성장률 달성을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한국 수출이 회복되려면 무엇보다도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되고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는 등 대외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대내적으로도 다각적인 수출 촉진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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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 더불어 정책적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을 어렵게 만든 원인은 크게 3가지인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 반도체 경기의 악화, 대외경제 여건 악화”라며 “대외경제 여건과 반도체 경기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올해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적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세계 경제에 민감한 경제가 혼자서 반등을 시도하는 건 쉽지 않고, 앞으로도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효율성과 경쟁력이라는 화두가 실종돼 있었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현실과 동떨어지는 이상적인 정책을 접고 명분보단 실리를 추구하는 처방을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이희진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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