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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4차산업혁명시대에 공정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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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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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기업 중심의 경영 환경뿐만 아니라, 인류의 전반적인 생활양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등과 같은 새로운 정보기술들이 기존 산업과 융합되어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결하고, 연결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지능화 기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빅 데이터는 기업에게 거대한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재화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혁신산업에서의 인수합병은 기존 산업에서의 인수합병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혁신산업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 (어떤 재화의 수요자가 늘어나면 그 재화의 객관적 가치도 더불어 커지는 효과)가 큰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새로운 형태의 독과점이나 경쟁 제한적 시장의 출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에서는 ‘빅데이터와 경쟁’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빅 데이터 시장에서의 신규 업체 진입의 어려움과 독점적 지위의 기업의 승자 독식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였다.

세계 각국의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러한 혁신산업에서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유럽연합은 2017년 구글의 쇼핑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엔진운영방식이 공정거래 원칙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24억 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2018년에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유럽 내 매출에 대해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정 기업이 일본 내 빅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빅 데이터의 공정경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으며,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 대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기업결합신고와 심사 기준을 바꿔 빅 데이터 자산을 심사 고려 대상에 추가하였다. 구글과 네이버를 상대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존의 경쟁법 법안으로 새로운 형태의 독점이나 시장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는 한계가 있기에, 변화에 발맞추어 규제방식이나 법안도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빅 데이터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이기는 하지만, 데이터는 그 유형에 따라 특성과 활용방식 등이 상이하다. 그렇기에, 데이터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유형별로 분석을 거쳐 규제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빅 데이터 관련한 규제나 혁신산업의 인수합병과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산업과는 특성을 달리한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신산업군의 경우, 경쟁법 이슈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존의 가격기반 분석 도구를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정치·경영·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규제방식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부분을 전담할 수 있는 부서를 신설하고,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하며, 시장 확정이나 기업결합신고 기준, 실질적 소유 관계 확정에서도 산업의 특성을 포괄할 수 있는 개정안이 필요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前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알고리즘 담합이나 데이터 독점과 같은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대표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기술·미디어 분야에서의 기업결합이나 소비자가격차별행위에 대해 논의했었다.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는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의 경쟁법 집행에 대해 다루기도 하였다. 규제의 속도보다 기술의 변화속도가 빠르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새로운 혁신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위하여 이러한 공정위의 노력이 지속되고 더 나아가 확장되기를 기원해본다.

[이호택 서강대학교 경영학과/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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