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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학종 이어 `외특`으로 번진 금수저 전형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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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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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명문 대학에 재학 중인 최준영 씨(가명·22)는 얼마 전 학교 홍보용 유튜브 채널을 보고 불쾌함을 느꼈다. 출연진 중 일부가 정원 외로 선발하는 재외국민특별전형(외특) 출신인 것을 알고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교 입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 것은 물론 생활기록부 채우기 등 별별 노력을 했다"며 "(외특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그런 것 없이도 같은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철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운 학생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특 전형이 오히려 일부 학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며 학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금수저 논란이 거세게 제기된 데 이어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외특 전형에 지원하려면 외국에서 일정 기간을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조건이 개인 역량보다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아 '금수저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외특 전형을 둘러싼 논란이 가장 최근에 불거진 대학은 서울대다. 학교 재학생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최근 일주일간 해당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을 성토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글에는 "(정원 외로 선발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입학했으면서 본인이 얼마나 똑똑한지 뽐내고 있다"며 "국내 학생은 입학을 위해 재수, 삼수하는 판에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다"는 등 비판이 올라왔다.

이런 논란은 입학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다른 대학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지난 5월 외특 제도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관련 글 작성자들은 "외국에 살았으면 해당 지역 학교로 진학해야 한다"며 "만약 한국 대학에 올 거면 국내 학생들과 같은 방법으로 입시를 치르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례로 학교에 들어온 학생이 정작 학교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자랑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외특을 둘러싼 갈등은 모집 인원에 제한이 없어 더 커지는 모양새다. 현재 대부분 대학이 정원 외로 모집하는 해당 전형은 크게 '3년 특례'와 '12년 특례' 등으로 나뉜다. 이 중 3년 특례는 전체 정원의 2% 이내로만 뽑게 제한하고 있지만, 12년 특례는 선발 인원에 별도 제한이 없다. 12년 특례로만 선발하는 서울대는 최근 5년간 외특 전형으로 선발한 학생 수가 37명에서 7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성균관대는 80명에서 159명, 연세대 132명에서 156명, 경희대 11명에서 77명 등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외특 전형은 대입을 위한 편법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학종을 비롯한 수시전형 비율이 늘어나면서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이 복잡해지자 차라리 장기간 해외 거주를 통해 좁은 입시 관문을 뚫어내겠다는 인식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원가에서는 실제 이를 주제로 한 입시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광고를 게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 입학 취소 사유 중 재외국민특별전형 허위 자료 제출 비율이 가장 많아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년간 대학 입학 취소 사례가 26건 있었는데, 그중 6건이 해당 전형 허위 자료 제출이었다"며 "입시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과정의 투명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은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입장이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외특 전형 지원자가 과연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공감대가 부족한 점이나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논란이 있다는 점은 이미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활동하는 가정의 학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다양성 확보를 비롯한 장점도 뚜렷한 만큼 3년 특례의 적용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정책 보완에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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