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조계 "전례없는 일, 불가능한 일이 현실로"
법률 대리인 "채권단 서로 양보하고 협력, 승리의 주인공은 여러분"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중식당에 모인 스킨푸드 채권단.2019.10.10© 뉴스1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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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중식당. 화장품 로드숍 업체 '스킨푸드'의 가맹점주·유통점주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스킨푸드의 자회사 아이피어리스 협력업체 대표들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약 20명이 이곳 중식당 '룸'에 앉았습니다.
이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스킨푸드 채권단'으로 소개됐지요. 채권단은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물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또 피고소인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스킨푸드 경영자를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했었습니다.
그런데 중식당에 모인 채권단은 하나같이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매우 특별한 모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채권단은 올해 초만 해도 한겨울 '거리 투쟁'에 나섰고 성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상당수는 거리 투쟁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각종 사회 현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위대를 보고 평소 불만을 표출하곤 했는데 내가 거리투쟁에 나설 줄 꿈에도 몰랐다"는 30대 남성 가맹점주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투쟁이 성공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취재기자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채권단 사이에선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임현철 변호사(법무법인 주원)가 스킨푸드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들고 있다.2019.10.10© 뉴스1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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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스킨푸드 사태'를 촉발한 경영자는 물러났고, 결정적으로 '채권 100% 변제'가 이뤄졌습니다. 스킨푸드 가맹점주와 유통업자·협력업체 대표들이 회사로부터 410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 모두를 돌려받게 된 것입니다. 지난 8월 말 서울회생법원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가결한 것입니다.
유통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됐다"며 감탄하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해피엔딩'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이날 '중식당 모임'을 주선한, 스킨푸드 채권단 대리인이었던 임현철 변호사(법무법인 주원)가 건배사를 통해 외쳤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2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채권단끼리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습니다. 이해 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는데도 서로 양보하고 협력했습니다. 불협화음이나 잡음 없이 채권단이 한마음으로 소송에 임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번 소송을 승리로 이끈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 자리에는 <뉴스1> 소속 정혜민 기자와 저, jtbc 소속 송승환 기자도 참석했습니다. 스킨푸드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한 기자들도 초대받은 거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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