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기자
2년7개월 동안 책지성팀 기자를 하면서 은밀한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책 쌓기입니다. 출판사들에서 홍보용으로 매주 30~50권씩 책을 보내옵니다. 그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이 한 주에도 적게는 서너권, 많게는 열권은 됩니다.
제게 할당된 서가 세 칸을 다 채우는 것은 얼마 안 걸렸습니다. 서가 위에 올리고, 책상 위에 쌓고, 박스에 넣어 구석에 쟁여두고, 책장을 따로 사서 꽂아넣었습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아슬하게 쌓아둔 책더미에 동료 기자가 “무너질까 무섭다”며 서가 한 줄을 제게 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대여’ 서가도 금방 채웠고, 책더미의 높이도 다시 복구되었지만요.
책의 세계란 얼마나 높고 넓은지요. 가끔가다 듣게 되는 “요즘에 읽을 책이 없다”는 말에 이젠 정말 동의할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쌓은 책더미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갈비뼈 안쪽에서 뭔가가 뜨끈하게 차오릅니다. 좋은 책을 내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출판인들이 아직은 적지 않구나 하는 그런 고마움으로요. 초판도 소화하기 힘들지만 꼭 필요한 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를 보면서 ‘나라면 그런 힘든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할 때도 여러번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은 자정 넘어서까지 책을 읽고 주말에도 다음 주에 다룰 책을 뒤적였지만 그리 큰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은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젠 공들여 쌓은 책탑을 허물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음 주부터 대중문화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활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텍스트의 후퇴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 함께 애쓴 시간은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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