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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책의 향기]2차 대전 향배 가른 바다 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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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해전사/크레이그 L. 시먼즈 지음·나종남 옮김/1024쪽·5만3000원·책과함께

동아일보

일부 역사학자들은 냉전의 시작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 시점을 놓고 소련과 연합국이 벌인 ‘밀당’으로 보고 있다. 1941년 6월 독소전쟁 발발 이후 나치로부터 혹독한 공격을 당한 소련은 미국과 영국에 조속한 상륙작전을 요구한다. 서부전선이 형성되면 동부전선에서 나치의 공세가 완화될 거라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미영은 바다를 건너야 하는 상륙작전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상륙 시기를 계속 미뤘다. 이에 대해 스탈린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공산주의 국가를 괴멸시키기 위해 일부러 상륙작전을 늦춘다고 의심했다. 이처럼 해상작전은 태평양전쟁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전체의 판세를 좌우한 핵심 요소였다.

저자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내고 ‘프리츠커 군사저술상’을 받은 해전사 연구 권위자다. 이 책은 세계대전이란 이름에 걸맞게 지중해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해전이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전쟁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대서양 전투에서 발생한 운송 손실은 태평양전쟁의 자원 투입에 영향을 미쳤고, 지중해 몰타섬으로 호송대를 띄운 작전은 대서양 방어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레이더 장비가 보편화되지 않은 당시 드넓은 대양은 교전 대상을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 이런 조건은 일본 해군이 진주만 공습에서 대승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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