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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서의 수출 실적이 많은 한 출판사의 대표는 최근 새로운 글로벌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그간의 실적과 콘텐츠 개발 계획으로 융자를 받고자 관련 기관에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 지원 제도를 내놓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문화산업 완성보증’ 제도가 있다. 문화콘텐츠 기업이 문화상품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준정부기관이 금융기관에 대해 보증서를 발급하고, 문화상품 제작을 완성하여 받는 판매대금이나 수익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그 절차를 보면, 자금이 필요한 문화콘텐츠 기업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완성보증을 신청하면 가치 평가와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회 심의를 거쳐 신용보증기금의 기업 실사 후 금융사 대출을 실행하는 흐름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신청서 작성이다. 신청서에선 대상 분야를 한 가지 선택하게 되어 있다. 방송,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 음악, 이러닝콘텐츠 등 7개 항목이 나열되어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업종의 기업은 자격 요건을 갖추고 보증기관의 추천을 받으면 저금리 정책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출판이 빠져 있다. 기술보증기금의 ‘콘텐츠산업 완성보증’ 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류 촉진을 위해 만들었다는 ‘신한류 해외 진출 보증제도’ 역시 출판을 제외하고 있다. 출판이 문화산업, 문화콘텐츠, 신한류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자책이나 앱의 경우 지금까지 디지털콘텐츠 영역으로 신청하면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종이책 출판은 “가치 평가 모형이 없기 때문에 보증 지원이 불가하다”는 것이 관련 기관에서 밝힌 이유다. “그럼 왜 평가 모형을 만들지 않느냐, 언제 만들 거냐”고 물어보니 “당분간은 그런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장원리에 따라 민간금융의 공급이 어렵거나 정책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 정책금융이다. 앞으로 콘텐츠산업의 중점 지원 영역은 중견기업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것이 정책 답안인데, 콘텐츠 중견기업 육성의 핵심과제가 다름 아닌 정책금융 강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수한 콘텐츠 개발 능력과 시장 네트워크를 가진 출판사가 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도록 돕는 지렛대 역할을 정책금융이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의 소망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고, 출판의 지속 가능성 또한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담보대출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가치와 시장성만으로도 평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종이책 출판 분야에도 부여해야 한다. 모든 콘텐츠의 뿌리 산업이자 그 역사이며 핵심 문화산업 분야인 출판을 홀대한다면 진정한 콘텐츠 강국은 ‘보증’받기 어려울 것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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