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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하늘 높이 오른 라이카는 무슨 꿈을 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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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라이카
닉 아바지스 지음, 원지인 옮김/에프·1만8000원

개도 꿈을 꿀까요?

동물학자들의 답은 ‘예스’. 사람처럼 개 또한 실제 경험한 ‘희로애락’의 장면을 꿈에서 재현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인간보다 앞서 우주 언저리에 닿았던, 지구의 생명체 중 가장 처음으로 하늘 높이 올라갔던 개, 라이카는 어땠을까? 원심분리기 중력가속도 실험, 진동기계 훈련, 포물선 낙하실험 등 로켓 탑승을 위해 매번 극한 상황에 놓였던 라이카. 로켓에 실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라이카. 그는 어떤 꿈을 꿨을까? 꿈에서도 고문 같은 훈련이 반복됐을까? 아니면 조련사의 따뜻한 품에서 재롱을 피웠을까?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도 너무나 의연했다는 라이카. 눈을 감기 전 오직 고통뿐이었을까? 아니면 발 아래 펼쳐진 지구의 모습에 잠깐이라도 황홀해 했을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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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라이카>는 1957년 11월3일 옛 소련이 발사한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렸던 개 ‘라이카’ 이야기다. 영국 출신의 만화가·작가인 닉 아바지스는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자료를 섭렵하고,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버무려 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에서 라이카는 주인한테 학대받다 버려졌음에도 사람에 대한 믿음, 강인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는 존재로 묘사된다. 작가는 선량한 라이카의 인생유전 스토리를 한 축에 놓고, 반대 쪽엔 이데올로기 경쟁을 위해 ‘귀환옵션’도 갖추지 않은 로켓을 급하게 쏴올리는 사회주의 체제의 비정함을 부각시켰다. 이런 흑백구도와 별도로 라이카를 죽음의 비행체에 밀어넣으며 번민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아 입체적인 역사화를 완성한다.

당시 소련정부는 라이카가 나흘 동안 살아 있었다고 했지만 실제론 발사 뒤 뜨거운 로켓열에 못 이겨 4시간30분 만에 숨졌다. 라이카의 희생을 통해 많은 생체 데이터를 얻음으로써 유인우주선의 시대가 열렸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실험에 참여했던 한 과학자는 후일 이렇게 증언했다. “우리는 개의 죽음을 정당화할 만큼 많은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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