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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 검찰, 경찰이 신청한 ‘제 식구’ 관련 영장 55건 중 10건만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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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구속영장 9건 신청했지만 한 건도 청구하지 않아

이철희 “영장청구권 독점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비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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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동안 경찰이 전·현직 검찰 공무원 범죄와 관련해 55건의 각종 영장을 신청했지만 실제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것은 10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체포·구속영장은 9건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한 건도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10년치 ‘전·현직 검사, 검찰수사관 대상 각종 영장 신청 및 청구·발부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경찰이 검찰과 관련해 신청한 영장은 모두 51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은 금융계좌 등을 포함한 압수수색 영장 30건 중 7건, 통신영장 12건 중 3건만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이 청구한 10건의 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발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검찰의 대표적인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비판받는 ‘김학의 법무부 차관 사건’에서 검찰은 통신영장 4차례, 체포영장 2차례, 압수영장 1차례, 금융영장 1차례 등 경찰의 영장신청을 모두 8차례나 기각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가천대 길병원 횡령 등 사건을 ‘몰래 변론’한 혐의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하면서 신청한 금융영장 3건과 압수영장 1건을 모두 기각했다.

뇌물 사건에서 금융영장이 기각되는 사례도 있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2012년 불법 골재 채취업자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관 장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 뇌물 사건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금융계좌 압수영장도 검찰은 2차례 기각했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만 1차례 법원에 청구했을 뿐이다. 하지만 정작 사건을 경찰에서 넘겨받은 검찰은 같은 해 12월 장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2017년에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원지검 평택지청 수사관 최아무개씨를 뇌물 혐의로 수사하면서 압수영장 3차례, 금융영장 3차례 등 모두 6차례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기각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던 가운데 수원지검 강력부가 최씨에게 다른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하면서 ‘사건 가로채기’ 논란까지 일었다.

특히 검찰청사는 수사의 ‘무풍지대’였다. 지난 10년 동안 경찰이 검찰청사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을 4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한 차례도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경찰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검찰 내부망 등에 서지현 검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린 검사 등을 서 검사가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이철희 의원은 “검찰이 경찰 영장 신청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국가가 부여한 권한이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이 검사와 검찰수사관이 관련된 사건에서 경찰 수사에 필수적인 금융영장과 압수영장마저 기각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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