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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기자의 시각] '진짜 검찰개혁'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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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주헌 사회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사퇴하면서 온 사회에 뿌옇게 꼈던 흙먼지가 가라앉고 있다. 그러자 이번 싸움에서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던 법조계의 오랜 병폐(病弊)도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찰은 9월 중순 조 전 장관의 딸과 아들을 입시 비리 등의 혐의와 관련해 비공개 소환조사를 했다. 그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귀가하고 나서야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를 6번 불렀지만 모두 비공개였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변에서 수십 명의 기자가 지켰지만 놓쳤다. 지금까지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눈에 띄지 않게 주요 인물을 소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검찰이 그동안 조사를 받으러 오는 대상들의 심리를 압박하기 위해 언론 노출을 이용해왔다는 점도 입증한 것이다.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차장검사 등이 그로 인해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씨는 조 전 장관 일가가 운영해 온 웅동학원의 교사 채용을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아프다면서 돌연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을 받겠다면서 영장심사 날짜를 옮겨달라고 했지만 꾀병이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알 듯 모를 듯한 긴 기각 사유를 댔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영장전담판사의 기각 사유가 길면 판사 스스로 자신의 판단에 자신이 없어 정당화할 이유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한 사람의 구속 여부를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 '가짜 뉴스'로 공격당한 적도 있다. 조 전 장관 집을 압수 수색하면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거나, 여자 둘만 있는 집에 검찰이 들이닥쳤다는 정치권의 공격이 대표적이다. 검찰로서는 반박할 정당성이 있고 분개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동안 대중에게 이른바 '정의의 사도'처럼 불렸던 검사들은 모른 척하고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틈날 때마다 SNS에 글을 올려왔던 임은정, 서지현 검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말하는 '정의'가 얼마나 허울뿐이었는지 우리는 이제 알게 됐다.

조 전 장관이 짧은 시간에 내놨던 검찰 개혁안은 대부분 수년간 검토되어 온 내용이라는 점에서 전혀 신선하지 않다. 특수부 이름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꾼다고 해서, 전국 검찰청 특수부를 줄인다고 해서 검찰이 얼마나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수사 편의를 위한 검찰의 포토라인 사용, 법원의 자의적인 영장 판단, 정의로운 줄로만 알았던 일부 검사의 위선(僞善) 등이야말로 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짜 검찰·사법 개혁의 화두(話頭)다.

[윤주헌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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