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자몽, 복숭아 향미
에티오피아 '게샤' 숲에서 1930년 영국인이 묘목 발견
일본 '게이샤'와는 무관
심재범 커피 큐그레이더·아시아나항공 선임 사무장 |
지난 7월 17일 파나마 엘리다 게이샤 그린팁 내추럴 랏이 옥션에서 파운드당 1029달러에 낙찰되었다. 1㎏당 270만원이다. 운송·통관 등 제반 경비를 포함하면 300만원이 넘는다. 올해에도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뉴욕 현물시세(콜롬비아 아라비카 기준 0.95달러)의 1000배가 넘는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확정이 되었다.
게이샤 커피의 기원은 1930년 영국인 리처드 웨일리가 에티오피아 고리 게샤 숲에서 커피 묘목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가장 일반적이다. 에티오피아 원종과 향미가 유사하지만 형질이 다른 게이샤 품종은 1950년도 코스타리카 열대 농업 연구센터(CATIE)를 거쳐 1960년도 보케테 농업 사절단과 함께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으로 전달되었다. 초기에는 '게샤'라는 이름이었는데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면서 게이샤라는 이름이 조금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게이샤와는 아무 연관이 없고, 최근에는 커피인들을 중심으로 게샤라는 호칭이 많이 사용된다.
열매와 잎이 큰 대형종이라 일부 지역에서 티피카, 버번과 같은 고가 품종의 보호수로 사용되었는데 캘리포니아대학 생물학과 교수 출신 에스메랄다 농장주 프라이스 피터슨이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커피 경연대회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첫 대회부터 심사위원들의 논쟁이 화제였다. 부트 커피의 윌렘 부트, 인텔리젠시아 커피의 제프 와츠는 품종 및 원산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그린마운튼 커피의 돈 홀리는 "나는 지금 신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유명한 표현과 함께 커핑(Cupping·커피를 평가하는 절차) 역사상 최초로 만점 평가지를 제출하였고,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파나마 게이샤 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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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게이샤 커피를 마셔본 사람들의 반응은 '망고 향이 주도적이다' '딸기 향과 체리 향기를 연상시킨다' '질 좋은 얼그레이가 떠오른다'처럼 와인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게이샤 커피의 향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장미와 자몽, 복숭아 같은 향미들이 도드라지는데 오랜 기간 인류가 선호하는 향미들이다. 질 좋은 장미 향은 커피의 우아함을 빛내고, 자몽의 산미는 샴페인과 같은 청량함, 복숭아는 달콤한 아이스 와인의 애프터를 연상시킨다. 이 외에도 질감과 밸런스, 후미까지 흔들림 없다는 점까지 게이샤 커피는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가라는 논쟁과 함께 다양한 향미는 쓴 커피를 선호하는 스타벅스 등의 전통적 커머셜 커피 진영의 반발을 야기했지만, 미식의 세계가 확대되면서 소믈리에나 음식평론가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최근에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과테말라의 농장에서 재배되는 게이샤 품종은 '합리적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빈티지 와인과 싱글 몰트 위스키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시기에 완벽한 커피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환산해야 할지 조심스럽다. 결국은 소비자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2019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 한국 엘카페의 양진호, 커피플랜트의 복진현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초대를 받았고, 한국 스페셜티 커피의 원조 커피리브레는 10주년 특별 커피로 파나마 게이샤를 주축으로 하는 블렌딩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나무사이로의 배준선 대표가 한국에 게이샤 커피를 소개한 공헌이 가장 크다. 최고의 커피를 위하여 우직하게 정진하는 커피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덕후가 주는 TIP]
게이샤 커피는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밀크커피 모두 맛있지만 커핑(Cupping)과 유사한 프렌치프레스 방식이 향미와 밸런스를 즐기기에 가장 좋다. 커피 20g 정도를 넣고 온수(약 95도) 300㎜를 따른 뒤 4분 후쯤 마시면 된다.
[심재범 커피 큐그레이더·아시아나항공 선임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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