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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대법, 강요 아닌 자발적 뇌물 판단하고도 ‘신동빈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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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사업특혜 대가로 건넨 70억

국정농단 상고심 “뇌물공여” 인정

2심과 달리 판단하고도 양형 유지

이재용 파기환송심에 영향 가능성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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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사업 특혜를 바라고 최순실씨의 케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재벌 봐주기’란 비판을 받았던 2심 판결과 같은 결론이다.

대법원은 신 회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 쪽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아닌 ‘뇌물공여자’라고 원심과 다르게 판단했지만, 형량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아 원심의 양형이 유지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 중 제3자 뇌물공여죄에서의 부정한 청탁,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 강요죄의 피해자와 뇌물공여자 지위의 양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29일 최순실씨 상고심에서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하여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직무 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짚었다.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신 회장을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아닌 뇌물공여자라고 못박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죄 판단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설시했지만 논리가 다르다. 2심에서 신 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로 보고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했는데, 대법원은 앞서 최순실씨 상고심에서 밝힌 것처럼 신 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형을 조정하지는 못했다. 이 관계자는 “양형은 사실심의 재량이어서 법률심인 대법원은 판단하지 않는다. 양형에 대한 검사의 상고가 없었는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해서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13일 박근혜 정부 당시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해 최순실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묵시적인 부정청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을 ‘대통령의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해자’로 봤고 양형을 집행유예로 낮췄다. 이 판결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5일 구속 234일 만에 풀려났다.

신 회장이 70억원 뇌물공여자임에도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과 달리 뇌물·횡령액이 86억원이기 때문에 징역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재판부 재량으로 최대 절반까지 형을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을 적용하면 법정형이 2년6개월까지 조정될 수 있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한 전직 판사는 “같은 뇌물공여자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뇌물을 건네는 상황과 죄질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신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1심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와 관련한 배임 혐의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씨 모녀의 급여와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일부 배임 혐의만 유죄로 보고, 신 총괄회장이 주도한 범행에 신 회장이 가담한 정도라며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국정농단 1심 재판을 받았으나, 신 회장 쪽의 요청으로 국정농단 2심을 롯데 경영 비리 사건 2심 재판부에서 넘겨받아 함께 심리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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