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월 국회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등으로 고발된 여야 국회의원 109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의 혐의는 폭행·특수감금·공무집행방해 외에 국회법 제165·166조(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다양하다. 대검을 감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8명 중 이 사건의 피고발인은 13명(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백혜련·송기헌·이철희·표창원, 자유한국당 정갑윤·여상규·김도읍·이은재·장제원·주광덕·정점식,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맨 왼쪽은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우상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7월 3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폭행 혐의로 조사받은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런 문답을 나눴다.
▶이 의원=“지금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하고 있죠?”
▶윤 총장=“그렇다.”
▶이 의원=“성역 없이 눈치 보지 말고 법대로 흔들리지 않고 수사할 거라고 보면 되죠?”
▶윤 총장=“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의원은 오후에 관련 수사 실무 책임자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옛 공안부장)을 불렀다.
▶이 의원=“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되고 있다고 자부하나?”
▶박 부장=“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 의원=“소환도 잘 안 되고,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보고 있나?”
▶박 부장=“검찰 나름대로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의원=“110명 국회의원 거느린 야당이 뭐라고 해도 위축되지 마세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7월 17일 역시 영등포서에서 폭행 혐의로 조사받은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윤 총장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 얘기를 꺼냈다. 표 의원은 먼저 지난 7일 서울남부지검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여 위원장은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에게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에 대해 “정치의 문제다. 검찰이 손댈 일이 아니다. 수사할 건 수사하고 하지 말 건 하지 않는 게 진정 용기 있는 검찰”이라고 말해 ‘수사 외압’ 논란이 일었다. 그는 특수 주거침입·감금 혐의로 고발당했다.
▶표 의원=“위원장께서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인 국회법 위반 사건에 대해 압력성 발언을 자주 했다. (수사에) 영향을 받고 있나?”
▶윤 총장=“저희는 원칙에 따라서….”
▶표 의원=“그런데 왜 소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수사가 진척이 전혀 없는 거죠?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죠? 그런 피의자들에 대해서 이제까지 똑같이 관용을 베풀어왔나? 국민들께 똑같은 관용을 베푼 따뜻한 검찰이었나?”
▶윤 총장=“국회 회기 중에 불출석하는 의원들 상대로 저희가 강제 소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 아니겠나.”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주 질의 순서를 마무리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접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질의가 끝난 뒤엔 대화의 당사자로 등장했던 여 위원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반박했다. 여 위원장은 “표 의원이 사건을 빨리 수사하라고 외압성 국감 질의를 했다”며 “정치도 사법에 관여하면 안 되듯, 사법도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 당시 패스트트랙 상정 가결은 국회법 48조 6항(임시회 중 상임위원 사·보임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법한 사·보임으로 된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방위 내지는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장내에는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