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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대학교수들, 입시스펙용 자녀 논문저자 등재 무더기 적발...이병천 서울대 교수는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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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가 아들을 부정하게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아들의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된 사실이 교육부 특별감사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강원대에 입학 취소를 통보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에선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에서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부당 등재한 대학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조선일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회의에서 미성년 공저자 논문 특별감사 결과 발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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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초·중등학생(미성년) 논문 저자 실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 보고, 부실 조사, 부적절한 연구검증 사례가 확인되자 교육부는 지난 5월부터 조사가 미진했던 15개 대학(강릉원주대·경북대·경상대·국민대·단국대·부산대·서울대·강원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세종대·연세대·전남대·중앙대·학국교원대)을 특별감사했다.

특히 강원대는 서울대에서 연구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이 편입학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별감사에 포함됐다.

앞서 지난 5월 서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이병천 교수(1건)와 A 교수(3건)가 각각 자신의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논문을 ‘부당한 저자 표시’ 연구부정 행위로 판정하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교육부는 이번 특별감사에서 이 교수 아들이 부정 논문을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 규정에 따라 편입학을 취소할 것을 강원대 측에 통보했다. 또 이 교수 아들이 서울대 수의대학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입학 모의 정황과 강원대 편입학에 부정 청탁에 의한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최근 조카의 서울대 대학원 입학에 관여한 혐의와 연구비 부정사용에 관한 의혹으로 경찰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으며, 복제된 국가사역용 탐지견을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서울대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와 함께 적발된 A 교수 자녀의 경우 지난 2009년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는 했으나, 감사 과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이 논문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입학전형 자료의 보존기간(4년)도 지나 대입 활용 여부는 확인되지 못했다.

그러나 A 교수 자녀가 고등학교 때 참여한 다른 논문 1건과 학부 재학시 참여한 논문 5건이 추가 확인돼, 서울대가 현재 연구부정 행위 검증을 진행 중이다.

◇ 연구부정 판정 7개 대학 11명 교수…직위해제·해임·국가연구 참여제한 등 징계
이번 특별감사 15개 대학 가운데 연구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이 적발된 대학은 7개(서울대·전북대·부산대·경상대·성균관대·중앙대·연세대)로, 이들 대학 소속 교수 11명은 중1~고3 사이의 본인과 지인 자녀 등 12명을 15건의 논문에 공저자로 부당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직위해제와 해임 등의 중징계와 국가연구사업 참여제한 1년 조치, 주의, 견책 등 경징계를 각각 받았다.

부산대 B 교수와 경상대 C교수는 대학 연구윤리 검증 결과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나왔으나, 교육부는 이 검증 절차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구비 지원 부처였던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 재검증을 요청했고 두 논문은 최종적으로 ‘연구부정’ 판정을 받았다. 현재 B 교수는 대학 조치를 기다리고 있고, 논문에 저자로 등재된 학생은 2017년 해외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C 교수는 국가연구사업 참여제한 처분을 받았다. 논문 저자로 기재된 학생은 2016년 국내 대학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는 대입에 해당 논문이 활용됐는지 조사해 조치할 계획이다.

성균관대 D 교수는 2011년 당시 중1 자녀를 자신의 학술대회 발표용 논문에 저자로 허위 등재한 사실이 드러나 대학에서 해임됐다. D 교수 자녀는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정시로 국내대학에 진학, 입시에 논문을 활용하지는 않았다.

◇미성년 공저자 논문 점검 1년에 한 번…연구부정 교수 징계시효 연장
교육부는 앞으로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 점검을 1년에 한 번씩 할 계획이다. 또 이번 특별감사로 확인된 794건의 미성년 논문에 대한 종합적 검증 결과와 후속 조치는 과학기술정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하고, 최종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를 벌일수록 새로운 미성년 논문이 나와 내년 3월은 돼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연구물 저자 정보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정비하도록 각 대학에 요청했다. 또 모든 대학에 부실 학회와 학술지에 대한 사전·사후 점검 체크리스트 도입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에 출장해야 한다면 출장 계획서와 결과 보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상 3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징계 시효의 경우 연구 부정에 대해 5년 이상으로 늘리는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유 장관은 "교수 자녀에 대한 논문 공저자 등재, 대학입시 활용은 부모 지위를 이용해 자녀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국민 상식에 어긋난다"며 "나아가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채 공저자로 들어가는 것은 명백한 연구부정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교육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검증하고 각 대학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최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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