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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자녀 스펙` 노린 논문 무임승차 무더기 적발…교수 11명 징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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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서울대교수 아들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 취소

서울대·연대·성대 등 15곳 특별감사…245건 추가 확인

대입스펙 위해 미성년자 공저자 기재 794건으로 늘어

교육부 “추가 파악 245건, 연구부정 여부 검증 착수”

이데일리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미성년 공저자 논문 관련 특별감사 결과 발표하고 있다.(사진=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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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2012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 아들 이름을 공저자로 올렸다. 당시 그의 아들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해당 연구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교수는 2013년과 2015년에도 자신의 논문에 아들 이름을 넣었다. 이 교수의 아들은 이를 대입 스펙으로 활용, 강원대 수의학과 2015학년도 편입학에 합격했다. 현재 그의 아들은 서울대 수의대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 스펙 노린 논문 무임승차 245건 추가 발견

대학교수들의 미성년자 자녀 ‘논문 끼워넣기’ 사례가 245건 추가 적발됐다. 교육부는 17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가 지금까지 1~3차 조사에서 파악한 549건을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794건의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이 드러난 것. 교육부는 추가로 파악된 논문의 연구부정 여부를 검증할 방침이다.

정부 연구윤리지침에 따르면 교수들의 논문은 1차적으로 소속 대학이 검증권한을 갖는다. 앞서 교육부는 교수 자녀 공저자 게재 건수를 파악하기 위해 3차례 전수 조사를 벌였으며 지난 5월에는 자체 검증과정이 부실한 15곳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 서울대·전북대·부산대·경상대·성균관대·중앙대·연세대 등 7개 대학, 11명의 교수가 15건의 논문으로 징계를 받게 됐다. 이들은 국가 연구지원사업 참여가 제한되거나 교내 징계위원회에 회부, 견책·주의·해임 등 징계처분을 받는다.

징계 대상 중에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포함됐다. 이 교수는 2012년부터 자기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 기재했다. 교육부는 이 교수의 아들이 해당 논문을 활용,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도 이 교수 자녀 공저자 기재 논문에 대해 연구부정에 해당하는 ‘부당한 저지 표시’로 판정했다. 교육부는 강원대에 이 교수 아들의 수의학과 편입학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현재 이 교수의 아들은 서울대 수의대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입시부정이 확인되면 대학원 입학도 취소된다.

◇ 이병천 교수 아들,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 취소

서울대가 2013년부터 신입생의 80% 가량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선발하면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종 비율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학종은 교과 성적뿐 아니라 독서·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영역까지 반영하는 대입전형이다. 교육부는 대학교수들이 자녀 이름을 자신의 논문 공저자로 기재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부터 논문 성과를 대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윤소영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입시에 논문을 활용하지 못하게 했음에도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이 줄지 않고 있다”며 “해외 대학 진학 등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번 특별감사를 통해 14개 대학에서 총 115건의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을 추가로 확인했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4차 실태조사에서도 30개 대학, 130건의 미성년자 논문을 추가로 제출받았다. 교육부는 이번에 새로 확인된 245건의 논문에 대해서도 연구부정 여부를 검증한다. 이전에 확인된 미성년자 논문 549건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저지 표시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현행법에서 ‘미성년자의 논문 참여’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성년이든 미성년자든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자를 공저자로 표시하는 것은 연구 부정행위(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한다.

◇ 연구부정 징계시효 3년→5년 이상 개정 추진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징계시효 연장도 추진한다. 교수가 자기 자녀를 공저자로 부당하게 올려도 연구부정이 드러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교수 자녀의 논문 무임승차에 동원된 대학원생이 있다 해도 지도교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신고가 가능하다. 지도교수는 대학원생의 논문심사나 졸업에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연구부정 징계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늘리는 법(국가공무원법·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금횡령과 같은 비위 행위의 징계시효는 5년, 성비위는 10년이다. 이병천 교수의 경우 시효가 지난 탓에 징계대상에는 포함됐지만, 연구부정에 따른 개인 중징계는 어렵게 됐다. 윤 과장은 “학계에서의 논문 실적은 자본과 같기에 금품 횡령처럼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며 “연구부정행위도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징계시효 연장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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