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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국정농단’ ‘경영비리’ 신동빈 롯데 회장, 집행유예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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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봐주기 비판받았던 원심 확정

“강요 피해자 아닌 뇌물공여자“로

2심과 달리 판단하면서도 양형 유지

1심 실형→2심 집행유예→대법 집행유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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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사업 특혜를 바라고 최순실씨의 케이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재벌 봐주기’란 비판을 받았던 2심 판결과 같은 결론이다. 대법원은 신 회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 쪽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아닌 ‘뇌물 공여자’라고 원심과 다르게 판단했지만, 형량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아 원심의 양형이 유지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신 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제3자뇌물공여죄에서의 부정한 청탁,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 강요죄의 피해자와 뇌물공여자 지위의 양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 회장을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아닌 뇌물공여자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29일 최씨의 상고심에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기업으로부터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요구한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강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신 회장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하여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짚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죄 판단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설시했지만 2심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논리가 다르다. 원심은 신 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 취지로 보고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했는데 대법원 판결은 최씨 상고심에서처럼 신 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2심이 정한 양형을 조정하지는 못했다. 이 관계자는 “양형은 사실심의 재량이고 법률심인 대법원이 판단하지 않는다. 양형에 대한 검사의 상고도 없었는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해서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13일 박근혜 정부 당시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해 최순실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롯데그룹이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것은 해당 지원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 대가라는 점에 대한 공통 인식에 의해 이뤄졌다”며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어떤 기업이든 실력을 갖추려 하기 보단 뇌물을 건네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신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묵시적인 부정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을 ‘대통령의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해자’로 봤고 양형을 집행유예로 낮췄다. 뇌물공여자라도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피고인에게 먼저 적극 금원 지원을 요구해 뇌물수뢰자의 요구에 공여자가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의사결정이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돈을 건넨 것에 대해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임의로 뇌물을 건넨 공여자와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로 지난해 10월5일 신 회장이 구속 234일만에 풀려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집행유예 판결에 이어 법원의 재벌가 봐주기용 판결이 재현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 회장이 70억 뇌물공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과 달리 뇌물·횡령액이 86억원이기 때문에 징역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재판부 재량으로 최대 절반까지 형을 줄일 수 있는 작량 감경을 적용하면 법정형이 2년 6개월까지 조정될 수 있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전직 판사는 “같은 뇌물공여자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 뇌물을 건네는 상황과 죄질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씨 등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손해(특경법 배임)를 끼쳤고 롯데그룹에서 아무런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 씨와 그의 딸에게 급여를 지급한(특경법 횡령)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경영 비리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1심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와 관련한 배임 혐의와 서씨 모녀의 급여와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급여 관련 횡령 혐의 등을 포함한 나머지 경영비리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서씨 모녀 급여와 관련한 신 회장의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만 유죄로 보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도한 범행에 신 회장이 가담한 정도라 책임이 다소 가볍다며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1심은 공범인 최서원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재판받았으나, 신 회장 쪽의 요청으로 국정농단 2심을 롯데 경영 비리 사건 2심 재판부에서 넘겨받아 함께 심리했다.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신 총괄회장은 징역 3년 벌금 30억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등 집행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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