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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번 찍히면 개미지옥”…‘악플’과 공생하는 언론·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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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연예인 사생활 기사

설리 술자리 인스타 공개 기사 50건

연예지 제외하고도 4년여간 9238건

대선 있던 2017년에도 구글검색 1위

악성댓글→보도→악성댓글 ‘악순환’

연예인들 온라인 망신주기 대상화

언론, 논란식 기사화로 ‘클릭장사’…“고소·고발 넘어 언론 자정선언 절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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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내 구글 인물 검색어 1위. 숱한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에게 남은 기록의 하나다. 당시 설리는 단지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사진을 개인 에스엔에스(SNS) 계정에 올렸다는 등의 이유로 혐오표현을 동반한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전례 없는 조기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은 설리에 뒤이은 2위에 자리매김했다. 왜 설리에게 이토록 대중의 관심이 쏟아졌을까. 전문가들은 ‘클릭 장사’에 나선 언론이 앞장서고 ‘악플러’가 이를 뒤따르며 악순환을 부추긴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악플러들에게 장을 열어준 언론부터 자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6일 <한겨레>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설리가 걸그룹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개인 활동을 시작한 2015년 8월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설리를 다룬 기사는 일간지와 전문지에서만 9238건에 이른다. 그에 대해 가장 많은 가십성 정보를 쏟아낸 일반 연예지를 빼고도 기사 건수가 1만건에 육박한 셈이다. 그가 영화 <리얼>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새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한 때지만 언론의 주된 소재는 설리의 에스엔에스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언론의 추동 덕에 당시 연관 검색어를 보면 그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작품 활동보단 주로 가십에 쏠려 있었다. 연관어는 ‘인스타그램’ ‘최자’(과거 연인) ‘에스엔에스’ ‘누리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다. 앞서 설리는 악성댓글로 괴로워하다 2014년 연예계 활동을 잠시 중단한 적까지 있지만 언론도, 누리꾼도 그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선명히 드러나는 것은 황색 언론과 악플러의 공생 구조다. 언론은 유명인의 가십성 정보를 기사화해 악플러들을 끌어들이고, 기사에 악성댓글이 달리면 이를 ‘논란’으로 재배포하며 논란을 확대재생산해왔다. 지난 4월8일 설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공개했을 땐 ‘노브라 논란’으로 약 50건의 기사가 나왔다. 5월22일 설리가 자신의 모습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렸을 때는 ‘속옷을 안 입고 길을 걷는다’는 주제로 기사 25건이 나왔다. 일부 언론은 ‘갑론을박’ ‘시끌시끌’ 같은 수식어와 함께 설리에게 쏟아진 악성댓글을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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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악성댓글과 언론의 공생 고리를 언론이 먼저 끊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예인을 향한 악성댓글을 무분별하게 기사에 담는 것은 악플러들의 발언을 가치있는 의견인 것처럼 믿게 만들고 폭력적인 시선을 재생산하는 일”이라며 “사실상 언론이 악플을 달 기회를 제공하고 장을 열어줬다”고 꼬집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악플의 연쇄 구조는 연예인에게는 일단 걸리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개미지옥’”이라며 “개개인의 고소·고발이나 ‘인터넷실명제’만으로 이를 막을 수 없고, 언론 스스로 이를 멈추자는 사회적 선언을 하거나 보도준칙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입장문을 내어 “악플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며 “근거 없는 악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회원사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 대응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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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제 전광준 신지민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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