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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앱 안 쓰면 가맹 종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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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방문 산후관리사 서비스 업체 / 앱 운영 명목 추가 수수료 5% 요구 / 점주들 반대 늘자 실력행사 나서 / 폐점위기 몰린 11명 공정위 신고 / 본사 “부과할 만한 수준 판단” 반박 / 다수 가맹점주 ‘보복우려’ 소극 대응

세계일보

“앱 사용을 안 하실 거면 가맹관계를 종료하시는 거고요. 가맹 유지하시려면 앱 사용을 하셔야 합니다.”

지난 5월 가정방문 산후관리사 서비스 프랜차이즈업체인 A사의 가맹점주인 B씨는 본사 대표에게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반대 의사를 밝히자 이런 답장을 받았다. A사 대표는 그러면서 당일 오후 6시까지 앱 이용 여부에 대한 답을 달라며 응답이 없을 시 가맹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일방통보했다.

16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사는 공지 이후 불과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전용 앱을 출시했다. 이로써 A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이 앱을 통해 예약, 결제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앱 운영 명목으로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추가 수수료 5%를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본사는 앱 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종료하겠다며 사실상 ‘협박’에 나선 것이었다. A사는 산후조리 전문가의 지원을 원하는 산모 대상으로 일정 비용을 받고 산후관리사를 파견하는 업체다. 정부가 출산 가족 대상으로 지급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권이 여기에 쓰인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A사 가맹점 13곳이 이런 사정으로 이달 말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5%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앱 이용을 거부한 이들 가맹점에 본사가 10월31일부로 가맹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영업하다 이번에 가맹계약을 종료하게 된 가맹점주 C씨는 “가맹계약에 따라 본사에 기존 월회비에다 건당 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거기다 본사가 말하는 앱 운영을 위한 수수료 5%까지 더하면 현재 수익구조상 거의 남는 게 없다고 판단돼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가맹점 영업이익은 약 5∼7% 수준이라는 게 가맹점주 측 설명이다.

세계일보

C씨 등 가맹점주 10명은 최근 본사 행태가 가맹사업법 위반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가맹계약상 가맹비 추가 징수를 위해선 △참여 지사 80% 이상 동의 △재계약 통한 추가 징수 내용 명시 등 요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단 것이다. 이렇게 앱 관련 본사 정책 자체가 가맹계약을 따르지 않아 부당하기에, 해당 정책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행된 가맹계약 해지 통보 또한 잘못이란 게 가맹점주 측 주장이다.

가맹점주 측 대리를 맡고 있는 고은희 변호사는 “문제 프랜차이즈는 정부 허가를 받아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공적 성격이 있는데도 본부와 가맹점 간 갑질이 있었다”며 “현재 본부 조치에 따른 손해배상액 1억원 상당에 대해 법원의 가압류가 인용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A사 측은 이와 관련 “가맹계약 ‘해지’가 아니라 해당 가맹점이 본사가 내건 앱 사용이란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기존 가맹계약 종료시점에 맞춰 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자연스레 종료되는 것일뿐”이라며 “가맹계약 종료를 알리는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지만 곧바로 철회했고 앱 이용 등 계약조건 변경내용을 담은 갱신 계약조건 변경 안내문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맹점주 측 가압류 신청에 따른 법원 인용 또한 가맹계약 해지를 원인으로 이뤄진 게 아닌 데다 가맹사업법 위반을 인정하는 결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가맹점주 측은 “가맹사업법상 최초 계약 이후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요구권이 10년 동안 보장되는 데도, 본사가 일방적으로 변경한 앱 이용 등 계약조건을 내밀며 따르지 않으면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하는 건 누가 봐도 갑질”이라며 “본사가 현재 철회했다고 말하지만 가맹점주들에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으로 가맹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만 봐도 정상적인 계약 종료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A사의 사례처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계약 종료 통보 등 보복에 대한 우려는 가맹점주들이 불공정거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다. 최근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프랜차이즈 관련 소상공인 불공정거래 피해실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맹점주 1824명 중 61.0%가 본사로부터 불공정거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 중 적극 대응한 경우는 10명 중 1명 수준이었다.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로는 ‘불이익 염려’가 66.7%로 가장 높았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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