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신세돈의 이코노믹스] 현 정부 2년, 재정 지출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예산 펑펑 쓰고도 일자리 못 늘려

인구 고려해도 고용창출 효과 없어

실질적 소득증대 없고 양극화 심화

재정 퍼부은 분배 완화도 효과 없어



확장적 재정정책 성과 검증



중앙일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국가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이다. 팽창 속도가 명목 경제성장률의 세 배에 가깝다. 1만 원 한장도 버거운 서민은 상상도 못 할 44조원이나 늘려 잡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재정지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2016년과 2017년만 하더라도 2~3%에 불과하던 재정지출 증가율이 2018년 7.1%(28조3000억원), 2019년에는 9.5%(40조8000억원), 이번에 9.3%로 늘려 잡았다. 이 중에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8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8%, 금액으로 20조원 늘어났다. 꼭 필요하다면 늘려야 맞지만, 그간 어떤 성과를 냈는지부터 따지는 것이 재정을 부담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일자리 창출 성과, 이전 정부보다 못해

먼저 일자리 성과부터 따져보자.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 일자리 예산은 32조9000억원 투입되고 취업자는 54만명 늘었다. 2015년 7월 2653만8000명에서 2017년 7월 2707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문 정부 들어 2018~2019년 2년 동안 일자리 예산은 40조4000억원이 투입되고도 취업자는 30만5000명 증가에 그쳤다. 2017년 7월 2707만8000명에서 2019년 7월 2738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일자리 예산 1조원당 고용창출 효과가 2016~2017년엔 1만6400명이었는데 2018~2019년에는 7500명에 불과했다. 예산을 23% 더 쓰고도 고용창출 효과는 절반도 안 됐다. 문 정부 일자리 예산의 고용창출 성과는 이전보다 훨씬 못했다.

일부 학자들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덜’ 늘어난다는 사실을 변명으로 제시한다. 사실 경제활동인구는 2015년과 2017년 사이에 61만1000명 증가했으나 2017년과 2019년 사이에는 43만9000명 증가에 그쳤다. 약 18만 명이 줄어들긴 했다. 경제활동인구가 모두 취업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사실은 고용률(60%)만큼 취업기회가 주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2015년과 2017년 사이 취업자가 54만명 증가하던 것이 2017년 2019년 사이 30만5000명 증가에 그쳐 24만5000명이나 축소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중앙일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제조업 취업자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를 빼고 보면 2015~2017년 2년 동안 취업자는 57만8000명 증가했는데 2017~2019년 2년 동안에는 52만6000명 증가했으니 5만200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일자리 예산 1조원당 고용창출 효과도 그사이 1만80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떨어진다.

문 정부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늘어난 60세 이상 취업자의 증가를 제외하면 일자리 예산의 ‘질 좋은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 암울하다. 2015년과 2017년 사이에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는 44만2000명이 늘어났는데 2017년과 2019년 동안에는 62만8000명이 늘어나 60세 이상 취업자가 18만6000명이나 ‘더’ 늘어났다. 따라서 고령 취업자를 제외한 취업자 증가는 2015년과 2017년 2년 동안 9만8000명 증가했지만, 2018년과 2019년에는 2년 동안에는 32만3000명 감소했다. 어떻게 따져 보더라도 일자리 예산을 더 쓰고도 질 좋은 일자리 창출 효과는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예산 퍼붓고도 소득증대 효과 없어

다음으로 소득증대 효과를 따져보자. 보건·복지·고용 예산 중에서 일자리 예산을 제외한 보건·복지 지출은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 219조9000억원에서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265조2000억원으로 45조3000억원 늘어났다. 통계청 가계소득조사를 보면 2015년 상반기보다 2017년 상반기 전국 2인 이상 가구 가계소득은 15만3000원 늘어났는데 2019년 상반기에는 2017년 상반기보다 가계소득이 59만원 늘어났다. 문 정부 들어서서 반년 가계소득이 43만7000원 더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기간에 이전소득(정부 예산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은 3만8000원 증가에서 32만원 증가로 28만2000원 늘어났다. 가계소득 증가분 59만원의 절반 정도가 이전소득 증가인 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문 정부 2년 동안의 복지지출 정책은 주로 이전소득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대시켰다고 판단 내릴 만하다.

더구나 같은 기간 동안 가계의 비소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가계 비소비 지출은 2015년 상반기 163만6000원에서 2017년 상반기 164만4000원으로 8000원 증가에 그쳤으나 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9년 상반기 비소비지출은 209만8000원으로 2017년 상반기보다 45만4000원이나 증가했다. 이 금액은 문 정부 들어서서 이전 정부보다 늘어난 가계소득 증가액 43만7000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가계의 비소비 지출이 가계소득 증가액보다 더 큰 결과를 가져와, 가계 가처분 소득은 소폭이긴 해도 감소한 셈이다. 따라서 문 정부의 복지지출이 표면적으로는 가계소득을 증가시켰지만, 가처분소득은 되레 감소시켰다. 다시말해 진정한 가계소득 증대 효과는 없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2년 동안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질 좋은 고용 효과도 없고 ▶실질적 가처분소득 증대 효과도 없었으며 게다가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예산 규모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똑똑히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예산을 늘려 잡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

■ 지난 2년 동안 가난한 사람 더 가난해져

지난 2년 동안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가계의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최하위 20%인 1분위 가계소득은 2017년 상반기 283만3000원에서 2019년 상반기에 257만9000원으로 오히려 25만3000원이 줄어들었다. 1분위 가계소득이 이렇게 빠진 것은 근로소득의 감소 때문이다. 2017년 상반기 6개월 동안 116만1000원이던 1분위 근로소득이 2019년 상반기 84만3000원으로 31만8000원이나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전소득이 99만1000원에서 128만3000원으로 29만2000원 증가한 덕분에 줄어든 근로소득을 보충한 셈이다.

반면에 최상위 20%인 5분위 가계소득은 2017년 상반기 1757만5000원에서 2019년 상반기 1935만1000원으로 177만6000원이나 늘어났다. 2015년과 2017년 사이에 최상위 가계소득이 59만3000원 늘어난 것보다도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차상위 계층의 소득증가는 대부분 근로소득 증가(159만9000원 증가)에서 나왔다. 차상위 계층인 4분위 가계의 근로소득도 727만2000원에서 822만6000원으로 95만4000원 늘어났다.

결국, 상위 계층으로 갈수록 근로소득 증가 폭이 커지면서 소득 양극화를 확대했던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 정부 들어 사업소득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지난 2년 동안 1분위 가계 사업소득은 6만7000원 감소했고 2분위는 3만3000원 감소했으며 4분위도 6만1000원 감소했다. 최상위 계층인 5분위에서만 사업소득이 35만6000원이나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사업소득이 지난 정부 때보다 더 줄어드는 가운데 유독 최상위 계층의 사업소득은 늘어나면서 양극화 현상을 부추겼다. 3분위와 5분위를 제외한 전 소득계층에서 2019년 상반기 사업소득은 2017년 상반기보다 감소했다. 사업소득조차 최상위 계층만 크게 늘고 나머지 계층은 줄거나 거의 정체됐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이렇게 불균형적이면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이것이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이전소득을 보면 1분위나 5분위나 증가금액에 거의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이전소득의 소득불균형 시정기능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 2년간 재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