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선동, 공금 유용 등 유죄…‘반역’은 무죄
대법 판결 직후 전 수반에 국제체포영장 발부
카탈루냐 의회 “우리 모두에 유죄 선고” 반발
“파시즘에 맞서 일어설 때…#대중혁명” 구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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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최고 법원이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 지도부 인물들에게 최대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분리독립 운동 진영은 대규모 시민 불복종 운동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은 14일,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주도하고 독립을 선포했던 정치인과 활동가 12명 중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9명에 대해 9~1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스페인 연방검찰은 이들에게 국가 반역, 폭동 교사, 국비를 선거 비용으로 쓴 데 대한 공금 유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최대 2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반역죄’는 인정하지 않고 다른 혐의들은 유죄로 판결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3명은 비교적 가벼운 ‘시민 불복종 주동’ 혐의만 인정돼 징역형이 선고되진 않았다.
스페인 대법원은 이날 공판을 열지 않고 판결문 발표로 대체한 선고심에서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2017년) 10월 1일 사태는 단순한 시위나 대규모 시민 항거가 아니라 피고들이 조장한 과격한 난동이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스페인의 한 판사는 기소를 피해 벨기에에 머물고 있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 대해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카탈루냐 의회의 로저 토렌트 의장은 “오늘 우리는 단지 12명뿐 아니라 (카탈루냐인) 모두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건 민주주의와 모든 시민의 권리에 대한 공격이다”라며 대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난했다. 분리독립 강경파 시민조직인 ‘카탈루냐 공화국 수호 위원회’도 판결 직후 트위터에 “스페인이라는 전체주의 파시즘 국가와 그 공범자들에 맞서 이제는 봉기할 때”라며 “지금은 #대중혁명의 시간”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꼬박 2년 전인 2017년 10월,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 연방 정부의 경고에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해, 91.9%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통과시키고 ‘카탈루냐 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스페인 정부는 투표소 폐쇄, 투표용지 및 홍보물 압수, 카탈루냐 자치정부 주요인물 체포 등 투표 자체를 불법화하고 봉쇄하는 초강경책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 경찰과 주민들이 격렬하게 충돌해 수백명이 다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구 750만명(유권자는 약 531만명) 중 투표율이 42.6%로 낮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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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연방정부는 분리독립 투표를 무효로 선언하고 카탈루냐 자치권을 박탈해버렸다. 또 주민투표를 이끈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2인자였던 오리올 중케라스와 조르디 투룰 전 대변인, 카탈루냐 의회의 조르디 쿠샤르트 전 의장, 카탈루냐 언어·문화 기구의 조드리 쿠샤르트 전 대표 등 12명을 국가반역죄와 폭동 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스페인 연방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 피고 쪽 변호사들은 최종 변론에서 피고들이 반역, 폭력 선동 등의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비교적 혐의가 가벼워 징역형을 피할 수 있는 시민불복종 혐의만 인정한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 세력은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판결은 피고 12명 전원에 대한 무죄 방면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 어떻게 대응할지, 나아가 이번 판결이 향후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주 스페인 일간 <엘 문도>는 “킴 토라(56)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의회에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은 카탈루냐에서 공존을 파괴하는 어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는 12세기 중반 바르셀로나에서 독자적인 왕국을 세웠으며, 18세기 초 스페인 통일왕국의 주축인 카스티야 왕국에 복속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1000년 가까이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 언어를 유지하고 있다. <비비시> 방송은 “카탈루냐 민족주의자들이 마드리드의 중앙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권을 박탈한 데다 스페인 전체의 빈곤층 지원을 위해 너무 많은 세금을 거둬가는 것에 불만을 품어왔다”고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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