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집값과 주식가치가 몇 배씩 뛰고 은행에만 맡겨도 연 10%가 넘는 이자를 꼬박꼬박 받았던 고도성장기에는 재테크에 대한 기댓값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성장과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고수익을 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파생결합상품(DLF·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터지면서 ‘안전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많이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춘 원금보장 상품을 모아봤다.
최근 파생결합상품(DLF·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터지면서 원금보장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경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믿을 것은 예적금
▷우대금리 챙기면 이자수익 쏠쏠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에 투자했다 원금 전액을 날린 사례까지 나오면서 ‘안전빵’ 은행 예적금 상품이 다시 주목받는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연 2%대 수익에 그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은행을 찾는 발걸음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월 말 기준 653조91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조9787억원이 늘었다. 1~2%에 불과한 금리 수준에 10월 중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본부장은 “은행 예적금같이 원금보장이 확실한 투자처를 찾아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금융상품한눈에’에 따르면 10월 10일 기준 은행권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 우대금리 상품은 연 2.3%를 주는 부산은행의 ‘마이 썸(My SUM) 정기예금’이다. 기본금리는 연 1.6%지만 1000만원 이상 신규 가입(0.2%), 썸씽(간편송금 서비스) 보내기 3회 이상(0.1%), 썸뱅크롤 외화 환전 1회 이상(0.1%) 등 우대금리 0.7%포인트를 추가로 챙길 수 있다.
KEB하나은행의 ‘리틀빅 정기예금’은 기본금리 1.45%에 최대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대구은행의 ‘아이M예금(2.16%)’, 전북은행 ‘JB리치100정기예금(2.15%)’, 경남은행 ‘매직라이프정기예금(2.1%)’, 수협은행 ‘Sh평생주거래우대예금(2.1%)’ 등도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2%가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저축은행은 별다른 조건 없이도 2.5~2.7%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이 수두룩하다.
적금의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대 3~4% 이자를 주는 상품도 있다. 중소기업은행 ‘IBK썸통장’은 월 적립 한도 30만원까지 최대 4%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중소기업은행 첫 거래 고객이 계약 기간 중 맞팔(썸타기 서비스를 통해 썸친구와 서로 친구 등록)하면 ‘썸특별금리’ 4%를 받을 수 있다. KDB산업은행의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도 우대금리가 연 4%다. 일상적인 소비와 연계해 소비 시마다 설정금액 단위 미만의 자투리 금액을 자동으로 적립하는 일상밀착형 자유납입식 적금으로, 소액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 안성맞춤이다.
이 밖에 카드 결제금액에 따라 금리 우대 혜택을 주는 대구은행의 ‘쓰담쓰담적금(3.9%)’, 금연 서약 시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부산은행 ‘금연돼지 적금(3.7%)’, 걸음 수에 따라 금리가 높아지는 KEB하나은행 ‘도전365적금(3.55%)’ 등이 3%대 중반을 넘는 고금리 적금상품으로 꼽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원금보장형 파생상품
▷기본금리에 약정에 따라 추가 수익
된서리를 맞은 파생결합상품 시장에서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익률이 낮아 인기가 없었던 원금보장형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나 DLB(기타파생결합사채) 등이 대체재가 될 전망이다.
ELB나 DLB는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와 수익구조가 비슷하지만 투자 대상을 채권으로 제한한 상품이다. 원금보장형으로 위험 부담이 적고, 약정 조건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량 채권이나 국고채 등 안전한 자산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은 물론 최소한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기본금리에 더해 추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약정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오늘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인데 만기가 되는 1년 후에 5% 오른 2100포인트 사이라면 오른 만큼 이자를 얹어주고, 그 외의 경우에는 지수가 떨어지든 오르든 기본금리만 주는 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B와 DLB가 ELS·DLS에 비해 고수익 구간이 제한적이어서 수익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원금보장이라는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최적화된 상품이다 보니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 상황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증권사도 원금 손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안정성을 보강한 상품을 내놓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10월 초 DB금융투자가 선보인 ‘DB 세이프 제502회 ELB’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년 만기 상품이다. 만기 시점에서 코스피200지수가 최초 기준가격의 100% 초과 115% 이하인 경우 최대 5% 수익을 지급한다. 이 외에는 2% 수익을 보장한다. ‘마이 퍼스트 DB DLB 제27회’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최종호가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3개월 만기 상품이다. 만기 평가가격이 10% 이상이면 2.71%의 이자를 지급하고, 10% 미만인 경우에도 연 2.7%를 지급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정해진 구간 ELB’는 코스피200지수의 상승·하락 방향을 맞추지 않아도, 사전에 정해진 범위 안에 있기만 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의 상품이다. 매월 ‘정해진 구간’을 결정하는 기준가가 새로 설정되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따라 수익 구간을 변경해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불확실성 확대에 돈 몰리는 스팩
합병 실패 때도 年 2% 이자 보장
‘바닥이 있는 주식 투자’로 불리는 스팩(SPAC)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스팩은 주식 공모로 자금을 조달한 후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목적인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다. 우량 비상장기업이나 코넥스 상장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주로 코스닥 시장의 상장 통로 역할을 한다.
스팩의 가장 큰 특징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증시에서 일반 주식 종목처럼 거래되지만 상장 후 3년 이내에 다른 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예치금을 반환해야 한다. 공모 시 모은 자금의 90% 이상은 은행 등에 예치해야 하고, 이 예치금에 대해서는 이자가 지급되기 때문에 원금보장 측면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공모가 밑으로는 주가가 잘 떨어지지 않고 우량 비상장사와 합병 시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는 스팩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유진스팩5호’는 지난 9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 77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8월 20일과 30일 코스닥에 입성한 ‘미래에셋대우스팩3호’와 ‘상상인이안제2호스팩’의 경쟁률은 각각 508.4 대 1, 297 대 1에 달했다.
다만 스팩 투자 시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스팩 상장 후 합병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2년으로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상장 후 3년 내에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이때 투자자들은 원금과 함께 연 2% 안팎의 3년 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공모가격 대비 고점에 스팩을 매수한 투자자는 공모가격 수준의 원금보장만 받게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9호 (2019.10.16~2019.10.2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