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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더 버틸 것같던 조국 전격 사퇴... 내년 총선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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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은 14일 사퇴를 발표하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일가(一家)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와 이해충돌 논란에도 법무장관직에 대한 의욕을 보였던 조 장관이 사퇴의 변(辯)에서도 '검찰개혁'이란 명분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조 장관이 일단 불명예 퇴진의 상처를 입었지만 그가 정치적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선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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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지명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차기 프로젝트' 카드란 해석이 나왔다. 조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전(前)·전전(前前) 정부에 대한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꿔 말하면 현 정권의 통치기반을 마련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것이다. 그런 만큼 조 장관 임명은 문재인 정권이 집권 후반기 검찰을 관리하면서 정권 재창출 기반을 다지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안에서도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을 조 장관 손으로 마무리한 뒤 그를 내년 총선에 내보낸다는 시나리오가 돌았다. '현 정권의 2인자'로 꼽힐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그의 권력 내 위치와 함께 그가 가진 대중성과 지역적 기반 때문에도 조 장관을 둘러싼 이런 정치 플랜이 설득력 있게 거론됐다. 준수한 외모를 갖춘 개혁 성향의 서울대 법대 교수로 인기가 있었던데다, 현 정권의 지지 기반이었던 부산 출신이란 점 때문에 여권 내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 것이다.

실제로 조 장관 거취를 둘러싸고 올초부터 일부 친문(親文) 의원들은 그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이 지난 4월 조 장관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이어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도 조 장관 출마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닌 부산은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그런 부산에 인지도가 높고 현 정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개혁의 상징'처럼 인식된 조 장관을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 사퇴 후 곧바로 법무장관에 지명됐음에도 그의 총선 출마설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검찰개혁 등을 마무리한 뒤 연말이나 내년 1월쯤 사퇴시키고 총선에 내보내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아이디어는 단순히 국회의원에 그치지 않고 그를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키우자는 구상과 맞물려 있었다. 조 장관도 자신의 지명 발표 며칠 전 고향인 부산을 찾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들을 만나 종류별로 소주를 마셨다"며 소주 세 병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왼쪽부터 상표를 차례로 읽으면 '대선, 진로, 좋은데이'였다. "대선 가도가 환하게 열렸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했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조 장관 일가가 연루된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진 이후에도 여권 안에서는 조 장관 총선 출마 카드를 거론했다. 현 정권이 추진해온 '검찰개혁' 작업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일단락한 뒤 오는 11월쯤 사퇴하고 내년 총선에 나서는 시나리오였다. 조 장관이 검찰 수사로 치명상을 입었다는 관측도 많았지만, 반대로 친여권 성향 유권자들이 조 장관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정치인 조국'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말이 나왔다.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조 장관 본인에 대한 인지도는 급등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후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이 이낙연 총리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이어 3위에 오른 결과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조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재기에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조 장관이 버티기를 통해 여권 지지층 일부를 자기 중심으로 결집한 효과는 있었지만 정치적 개혁을 내걸고 총선에 나서기에는 상처를 너무 많이 입었다는 주장이다. 부산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일가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도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언행 불일치와 도덕적 결함만으로도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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