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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상당한 딜 혹은 가벼운 딜..."각종 가능성 열어놓은 미중 스몰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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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 현지시간 10~11일 열린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 이후 양국은 부분 합의를 이뤘다.

주요 내용은 중국이 400억~500억달러에 달하는 미 농산물을 구매하고 금융서비스시장 개방을 확대하기로 한 것과 미국이 15일로 예정됐던 관세 상향 조정을 보류한 것이다.

당초 중국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할 방침이었지만, 이를 단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12월 시행한다고 밝혔던 추가 관세 부과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또 화웨이 문제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 문제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 다루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류허 중국 부총리를 면담한 뒤 일단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상당한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이번 합의에 기술 강제이전과 지식재산권, 금융서비스와 농산물 구매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단계 합의문 작성에는 3~5주가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후 다음 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 직후 2단계 협상이 시작된다고 했다.

■ 트럼프, 완전합의 위한 스몰딜..일단 위험선호에 힘 실린 상황

미중 부분 합의 소식 이후 주가가 오르고 채권가격은 떨어졌다. 일단 무역분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주가가 1% 넘게 속등하고 미국채10년물 금리가 1.7%를 넘어선 가운데 금융시장도 이런 분위기를 추종하고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이 1단계 합의가 마무리되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미중 관계개선 기대도 강해졌다.

미국 측에선 환율, 지적재산권 등 쟁점사항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도 지재권, 환율, 금융서비스, 기술이전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스몰딜을 통해 완전타결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의 위험선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보였다.

JP모간은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해소되면 주가가 1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미국 언론들, 트럼프 '위대한 승리' 깎아내리는 박한 평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과장 화법으로 이번 협상에 대해 '미국의 위대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전에도 자신의 트윗에 기쁨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앞으로 3,4주 뒤 사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우리 농산물을 사기 시작했다"면서 "마찬가지도 금융서비스와 다른 딜도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는 아주 좋다. 딜의 1단계를 끝나고 바로 2단계로 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기대에 못 미쳐 실질적인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박한 평가들도 많았다. 일각에선 스몰딜이 아니라 미니딜, 마이크로딜에 불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농산물 구매 약속을 엄청난 승리라며 자화자찬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이전 협상 때 이미 제시한 바 있는 것"이라며 "지적재산권 보호와 환율 부문은 구체적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 11일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모든 방안이 구체화한다고 해도, 이는 그가 원해온 포괄적 딜이나 지난 5월 결렬된 협상 때보다 훨씬 작은 합의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과거 한미 FTA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도 알맹이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웬디 커틀러는 "(트럼프가 주장한) 상당한 딜은 커녕 가벼운 딜에 불과해 보인다"면서 "향후 몇주간 합의서 작성을 거치면서 내용이 한층 약해질 위험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중 협상이 비관적이라는 보도를 하면서 혼선을 줬던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트럼프 발언이 지난 4월 그가 류허 부총리를 만나고 난 후 한 것과 유사하다"고 깍아내렸다.

아울러 이 작은 합의도 '서면' 합의까지 이뤄져야 1단계 종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들도 꽤 있었다.

■ 미중협상, 중국이 페이스 이끌 것이란 평가도

더 나아가 이번 협상의 승자는 중국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보도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으로 곤역에 처한 가운데 미국이 이번엔 판을 완전히 깨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또 ISM지표와 같은 경제지표가 악화돼 트럼트도 마냥 중국과 긴장을 고조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는 평가도 많았다.

중국은 이처럼 예전만 못한 트럼프의 입지를 잘 아는 만큼 이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지연 전술 등을 구사할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미 농산물 구매 확답을 준 대가로 까다로운 사안들 논의를 연기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협상 승자는 중국이며, 협상우위는 늘 중국에 있었다. 중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나은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이번 휴전을 위해 양보한 것은 거의 없다. 중국이 양보한 몇몇 대수롭지 않은 방안은 이전 협상 때 이미 제시한 적 있는 것"이라며 이번 딜을 평가절하했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역시 돼지열병으로 인한 돈육 수입 필요성 등이 맞물린 결과일 뿐 미국의 협상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있었다.

■ 완전합의로 가는 첫발 vs 주요 쟁점 미룬 임시 봉합

투자자들은 이번 합의가 끝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이번 합의는 임시봉합에 불과하며, 향후 미중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아무튼 지난 주말의 '작은' 결실을 바탕으로 미중이 상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최근 미국 측이 중간 합의(interim deal)를 고려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적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부분 합의(partial deal)가 아닌 큰 합의 (big deal)을 원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트럼프가 경제 지표 흐름이나 정치적 갈등 등을 감안해 현실적인 봉합책을 택한 측면이 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앞으로 트럼프가 계속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을 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감도 보인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빠르게 둔화되고 탄핵을 비롯한 정치적 압력이 높아지면서, 단계적 합의를 통해 정치적 성과를 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의구심이 남아 있는 부분들도 단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 역시 이번 딜에서 큰 성취를 이룬 게 없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모두 쥐고 있던 카드를 내보이면서 조금씩 합의를 확대할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도 기존 관세 철폐는 커녕 12월 15일로 예고된 관세도 유예 받지 못했고 화웨이 제재에 대한 확답도 받지 못했다"면서 "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무역협정에 서명하면서 11월 18일까지로 유예기한이 연장된 화웨이 제재가 재개되거나 12월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딜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합의가 번복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예민한 문제에 있어서 미중 입장차가 큰 데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서 상황 진전이 쉽지 않다는 진단도 보인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산업보조금 지급, 기술이전 강제 등 정부 경제정책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중국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관세 철회 요구와 기업 제재 해제에 대해 미국의 입장 변화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15일 예정된 관세율 추가 인상이 보류됐지만 대중 수입품 2/3 에 해당하는 기존 관세(2,500억달러 25%, 1,120억달러 15%)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위한 합의를 했다거나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박 연구원은 "스몰딜의 실질적 성과가 부실해 합의 사항을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딜이 문제 해결의 과정이란 관점에서 단기, 중기로 나눠서 협상을 평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11월 16~17일 APEC 정상회의까지는 세부사항 및 후속조치 관련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 완화, 경제심리 및 소프트 데이터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화웨이 등 IT 기업 제재, 지재권, 산업정책 등을 둘러싼 쟁점이 많아 불확실성의 완전 해소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한국금융신문

자료=미중 협상 관련 향후 일정, 국제금융센터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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