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생/ 서울대 축산학과/ 1972년 대성미생물연구소 영업부장/ 1974년 서울식품 기술부장/ 1977년 퓨리나코리아 기술부장/ 1982년 미원농장(현 팜스코) 대표/ 1991년 체리부로 회장(현) |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 이후 ‘육계주’ 관련 기업이 새삼 주목받는다.
돼지고기 값이 오르거나 판매가 위축되면 닭고기가 대체 상품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여러 관련 업체 주가가 열병 판정 후 탄력을 받았다. 다만 마니커 등 일부 종목은 급등 과정에서 대주주 이지바이오가 100억원대 지분을 매각,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반면 오히려 특수관계인 지분을 늘리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곳도 있다. 체리부로가 주인공이다.
체리부로는 김인식 회장(77)이 1991년 충북 진천에 설립한 닭고기 전문회사다. 맛있고 신선한 과일인 체리(cherry)와 육용 닭을 의미하는 브로일러(broiler)를 조합해 회사명을 지었다.
체리부로는 업계 전문용어로는 육계 계열화 업체란 표현을 쓴다. 병아리 부화·사육부터 양계 전문 사료 공장, 자동화 설비 도계장, 부분육 가공 공장 등을 갖춘 것은 물론 생닭 유통, 프랜차이즈 사업(처갓집양념치킨)까지 닭과 관련한 대부분의 사업을 관장해서다.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온라인몰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팔리는 무항생제 닭고기 브랜드 ‘백년백계’가 체리부로 제품이라 하면 ‘아~’ 하는 소비자가 많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3000억원대다.
1968년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김인식 회장은 창업 전에 퓨리나코리아, 미원사료사업본부를 거쳐 미원농장(현 팜스코) 대표를 했던 월급쟁이였다. 그러다 다른 이들은 은퇴를 고민할 50세 나이에 오직 닭만 보고 체리부로를 창업했다.
“육계와 돈육, 사료 사업까지 두루 거쳤어요. 그 과정에서 국내 닭고기 선호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선진국 대비 소비량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닭고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겠다 싶어 지금껏 한 우물만 파온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의 닭 사랑은 유별나다.
무항생제 닭고기와 닭고기 등급제 등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는가 하면 돼지·소 사료를 만드는 공장 2개를 인수해서는 다시 이를 육계 전용으로 바꿀 정도다.
더불어 안전 관련 업계 선도 사례도 여럿 만들었다. 계사(닭장)를 대부분 콘크리트로 짓고 쥐 한 마리 드나들지 못하도록 기준을 만든 것은 기본, 종란을 옮기는 운전기사들에게는 거점 소독소, 부화장 등 이동 통로마다 소독 인증샷을 찍어 보내도록 할 정도로 식품 안전에 공을 들였다.
이에 더해 김 회장은 최근 문을 연 육용종계(우수 혈통의 병아리) 육성 농장인 ‘감곡농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2만9800㎡(약 9030평)의 부지, 9만수의 병아리를 키울 수 있는 감곡농장에 총 93억원의 사업비를 들였다.
“중소기업이 선뜻 하기 힘든 투자였지만 미래를 보고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동물복지, 친환경 사육이 대세기 때문에 사료를 뿌려주는 방식의 영국 ‘스핀피더’를 도입해 닭이 쫓아다니면서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차별화했습니다. 철새를 포함한 외부 병해충으로부터 차단되고 온·습도 관리가 되는 축사는 기본이고요. 체리부로의 직영 농장 비율은 육성 농장의 경우 감곡을 포함하면 100%, 종계산란 농장은 60% 정도로 계열사 중 제일 점유율이 높습니다.”
통상 종계 농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 주로 영세업체들이 운영하다 보니 관리 문제도 많이 불거졌다.
김 회장은 “사실 종계 농장은 투자비 대비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이라 큰돈이 안 된다. 하지만 AI(조류인플루엔자), 난계대 전염병 등 질병에 대한 차단 방역에서 탁월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 쪽으로 우수한 품질의 병아리를 공급해달라는 소규모 양계장의 주문이 몰리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감곡농장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종계를 받는 중소 농장과 장기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닭고기 시장 공급과잉은 숙제
증권가에서 찬사를 받은 대주주(특별관계자) 장내 매수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올해 해외발 뉴스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한다는 말에 연초 이후 닭고기 업체 주가가 계속 탄력을 받아왔는데 체리부로는 열병 소식 이후 오히려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 8월에는 특별관계자 김인식 등의 지분율이 71.79%에서 71.83%로 변동했다고 또 공시했다. 대주주 관련 주식 지분이 70%를 넘는 경우는 상장사 중에서 이례적이다.
“2017년 12월 상장할 때만 해도 대주주 지분이 60%대였습니다. 이후에 닭고기 시장 공급과잉으로 산지가격이 떨어지면서 팔수록 손해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궁극적으로는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계속 더 매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70%를 넘겼는데, 이렇게 되니 일부에서는 유통 물량이 너무 적어져 주가에 또 안 좋다고 하네요. 사실 주식시장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희의 진심이 먹혔는지 주가에도 반영되는 등 외부 평가는 나쁘지 않으니, 그저 좋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업황이다. 닭고기 시장은 올해 공급과잉 여파에 돼지열병 테마가 불거지기 전까지 오히려 출하하면 손해라 할 정도로 업체별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번에 반등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또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반전될지 모른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양계·육계 시장이 최근 자동화, 시설투자 등을 거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빅3(하림, 체리부로, 마니커) 업체 외에도 후발주자 도전이 치열하다. 그 탓에 돼지열병 사태 전까지만 해도 이 시장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그나마 체리부로는 충분한 투자 여력이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닭고기 업체를 상대로 가격 담합 의혹이 있다며 조사하고 있는 점도 악재 중 하나다. 공정위는 가금 관련 협회와 계열화 사업자를 조사, 수급 조절 사업이 담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각종 악재에 김 회장도 생각이 많은 듯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시장이 교통정리되겠지만 당분간은 수익성 면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내다본다.
“최근 몇 년간 되풀이되는 닭고기 공급과잉의 1차적인 원인은 계열업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농식품부에서 ‘농수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축산물 수매, 수급 조절(생산·출하)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를 해줬기에 요즘처럼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가 축산물의 특성(원종계 → 종계 → 육계의 생산·사육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농가와 연계된 계열화 사업체를 일반 제조업체 같은 척도로 평가해 담합으로 몰아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국내 업체가 위축되는 틈을 타고 결국 축산물 수입업체가 이 시장을 점령할 수 있는데 이는 축산농가나 소비자 누구에게도 좋을 수가 없어요.”
김 회장이 대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정부의 닭고기 수급 정책이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농산물의 수급 안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점을 우리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뢰도가 높다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월간 도계 실적은 조사 후 다음 달 20일이 돼서야 공지되는데 이것으로는 빅데이터 역할을 하기 힘들어요. 사육·수급 관리가 철저하게 주간 단위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인 만큼 도계 실적도 축산물 검사관을 통해 매일 보고되는 것을 주간 단위로 공지를 해줬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도 민간업체에서 수급 조절에 바로 반영하면서 농산물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력이 있다면 앞으로도 체리부로 주식을 더 살까 해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와 업계 관계자 지혜가 모이면 장기적으로 이 시장은 무조건 성장할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9호 (2019.10.16~2019.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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