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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취재수첩] 세탁업으로 신고 못 하는 세탁공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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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업은 신고제예요. 동네 세탁소는 100% 신고하지만 세탁공장은 세탁업이라고 신고하지 못합니다. 세탁물공급업 또는 섬유표백업이라고 합니다.”

세탁공장 창업 컨설턴트의 말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홍길동도 아니고 이게 웬 말인가.

사정은 이렇다. 세탁소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주로 개인 의류를 세탁하는 동네 세탁소, 모텔·호텔·찜질방·미용실 등 공중접객업소의 침구류나 수건, 가운 등을 세탁하는 산업용 세탁공장, 그리고 병원 세탁물을 처리하는 의료기관 세탁공장이다. 이 중 병원 세탁물은 의료기관세탁물처리업에 따라 특별 관리된다. 직원은 감염예방교육을 받아야 하고, 최소 100평 이상 규모에 소독실, 탈의실, 화장실도 갖춰야 한다.

동네 세탁소와 산업용 세탁공장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일반세탁업’으로 함께 묶인다. 창업·운영 시 적용되는 규제도 같다. ‘세탁배출수(세탁 후 방류하는 오폐수) 허용량 하루 20t 이하’ ‘배출수에서 벤젠 등 특정수질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 시간당 1t 이하만 허용’ 등의 규정이 대표적이다. 세탁 물량이 적은 동네 세탁소는 이에 저촉될 일이 거의 없다. 산업용 세탁공장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50㎏들이 가장 작은 산업용 세탁기 한 대에 수건 350장이 들어간다. 수건이 흡수하는 물만 300ℓ(0.3t)다. 보통은 200㎏들이 세탁기를 쓰니 한 대만 돌려도 시간당 배출수 1t이 훌쩍 넘는다. 그렇다고 세탁량을 줄이자니 세탁 단가가 너무 낮아 생계 유지가 안 된다. 불법 세탁공장 난립은 비현실적인 규제와 기업들의 단가 후려치기 관행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토로했다.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 몫이다. 세탁공장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세제 사용량과 헹굼 시간을 줄여 대충 세탁한다. 모텔·호텔·찜질방·미용실 등의 침구류, 수건, 가운 중 상당수는 이런 불량 세탁물일 가능성이 적잖다. 공중위생보건을 위해서라도 산업용 세탁공장 현실을 감안한 맞춤형 규제와 단가 후려치기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

매경이코노미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9호 (2019.10.16~2019.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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