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
건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ERA 코리아 이사 / 채승우 객원기자
존스랑라살(JLL)은 세계 80개국, 300여 개 지사에서 부동산 자산 관리, 임대차 대행, 매입‧매각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다. 지난해 9만 명의 직원이 성사시킨 계약은 3만7500건, 매출은 163억달러(약 19조5600억원)에 달했다. 특히 JLL코리아는 중소형 빌딩(꼬마빌딩) 매각과 임대차 대행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BRE 등 국내에 진출한 다른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대형 오피스 건물에 대한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과 달리 한국 꼬마빌딩 시장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고객의 매매와 임대차 계약을 돕는 것이다.
2016년부터 JLL코리아에서 중소형 부동산 투자자산 자문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김명식 이사를 만나 꼬마빌딩 시장 전망과 투자법에 대해 알아봤다. 김 이사는 JLL코리아가 꼬마빌딩 투자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ERA코리아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ERA코리아에서 3년 연속 가장 많은 꼬마빌딩 매각을 주관했다. 도요타자동차, BMW, 폴크스바겐 등 수입차 업체들이 김 이사의 자문을 받아 딜러 전시장 위치를 정했고, 의류 기업 CK캘빈클라인도 전국 점포의 임대료가 적정한지 여부를 그에게 의뢰해 분석했다.
인터뷰는 9월 9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진행됐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매수 타이밍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망 투자 지역으로는 신분당선 연장 구간과 만나는 서울 지하철 신논현역 일대를 꼽았다.
꼬마빌딩 사기 좋은 시점은 언제인가.
"매도자가 불리할 때 사야 한다. 그때 사면 싸게 살 수 있다. 임차인이 없어 공실이 많아지는 상황이 그런 때다. 물론 공실로 비어 있는 건물을 제대로 리모델링해 새 임차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 있는 투자자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분기(4~6월) 11.5%로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의 공실률은 7.4%, 주요 지방 도시는 10% 이상인 곳도 많다.
지금도 공실률이 많이 올라간다. 그래도 거래는 잘 안 이뤄지는데.
"물론 지금도 공실률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건물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공실이 생기고 있어 거래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매수자로서는 공실이 많은 건물을 높은 가격에 사기 싫고, 매도자로서는 아무리 공실이 나도 시세보다 헐값에 팔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매도자들이 건물 가격을 낮출 때가 온다. 공실로 인한 손실을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 정도가 그 시기가 될 것 같다."
싸게 산다고 해도 임차인을 데려오는 게 힘든데.
"그래서 상권의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상권 변화를 읽으면 어떤 임차인을 데리고 올 수 있을지 다른 건물주들보다 미리 파악할 수 있고 거기에 맞게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도 쉽다. 예를 들어 가로수길은 처음에는 철물점과 세탁소 등이 있었다. 그런데 몇몇 임차인이 이곳에 커피숍과 간단한 음식점을 차리길 원했고,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와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던 일부 건물주들이 이런 변화를 읽어 철물점과 세탁소 등의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이들을 받았다. 커피숍과 음식점을 원하는 임차인이 영업하기 쉽도록 외벽을 헐고 기둥을 보강해 통유리로 갈아 끼우는 등의 리모델링 작업도 했다. 철저하게 임차인의 니즈에 맞춘 것이다. 이들은 다른 건물주들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받고 좋은 임차인을 선점했다. 내 건물이 속한 상권을 어떤 임차인들이 원하는지 늘 수요를 조사하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좋은 손님(임차인)을 받을 수 있다."
지금 꼬마빌딩이나 상가를 산다고 할 때 지역을 추천한다면.
"신분당선 지역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 경기도 판교, 분당에서 올라오는 신분당선 라인에 좋은 투자처가 많다. 서울 강남의 교보생명 사거리 인근을 예로 들어보자. 강남대로를 타고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신사역 쪽으로 가다 보면 교보생명 사거리 왼쪽 지역에 감성적인 카페, 음식점 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길 건너편 한신포차를 중심으로 형성된 먹자골목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이곳은 앞으로 상권이 확장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므로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주목해야 한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조금씩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지역을 발견할 수 있고 이런 곳에 있는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을 미리 사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상권만 믿고 비싼 가격으로 투자했다가 상권이 옮겨가면 손실 보는 것 아닌가.
"즉흥적이고 유행에 따라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상권에 투자하라는 말이 아니다. 유동인구나 교통 인프라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지속적으로 사람이 모일 만한 곳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런 곳은 시간이 지나도 임차인들이 종사하는 업종은 변할 수 있지만 상권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커피숍 등 카페 거리가 조성된 곳이 안정적인 상권이 되면, 상권의 핵심 지역인 대로변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커피숍이 빠지고 대형 브랜드의 의류매장이 이 자리를 채운다. 대신 커피숍은 인근 이면도로 쪽으로 옮겨간다. 상권이 확장되는 것이다. 이렇게 상권이 안정된 곳에 투자하는 것은 또 다른 좋은 점이 있다. 바로 임차인이 주기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커피숍을 비유해보자. 냉정한 이야기지만 커피숍에 오래 앉아 있는 손님은 좋은 손님이 아니다. 빨리 마시고 나간 후 다른 손님이 들어와야 장사가 잘된다. 건물주에게 손님은 임차인이다. 건물도 임차인이 주기적으로 교체돼야 임대료 상승을 유도할 수 있고, 새로운 임차인이 건물 인테리어를 다시 하면 건물 이미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저금리 시대라 대출 많이 받아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많은데.
"낮은 금리만 믿고 너무 많은 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 30~40% 정도만 대출받고 나머지는 자기 자본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출 비중을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금리가 낮다는 것은 경제 전체가 안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차인들이 장사가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임대료가 안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임대료가 안 들어오고 은행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면, 30~40% 정도를 넘어서는 대출은 안 된다."
이미 꼬마빌딩이나 상가를 산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임차인이 임대료를 밀리지 않고 낸다고 마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내지 말았으면 한다. 굉장히 노련한 투자자들은 산 후에도 항상 캐시 플로(현금 흐름)를 돌려본다. 임대료가 얼마 들어오고 세금은 얼마를 내고, 내가 이 건물이나 상가를 언제 얼마에 팔면 얼마가 남는지 등을 항상 계산해 본다. 당장 팔 것은 아니지만 팔아야 할 상황이 됐을 때에 대비하는 것이다.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는 비용이 있는지도 미리 파악해 놓고 매도할 때 낼 세금을 준비해 두는 사람도 있다. 마치 자산운용사가 수익을 분석하는 것처럼 촘촘하다. 투자자는 자신의 자산이 어떤 상태인지를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알아야 매매 가격이나 임대료가 변해도 변화에 대처하고 손실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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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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