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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조용헌 살롱] [1215] ‘釜光之利’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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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대권을 잡으려면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사(人事)가 맞아야 한다. 천시는 시대정신이다. 사람은 못났더라도 ‘시대정신’이 그 사람을 호출하면 하자가 있더라도 대권 잡는다.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그다음에는 지리, 즉 지리적 이점이다. 한국이 단군 이래로 천시는 도래했다고 여겨지지만, 지리적 불리함이 있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이 지리적 불리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의 난제이다. 그다음에는 역시 인사이다. 인물이 나와야 하는데, 역사적 인물은 쉽게 배출되지 않는 것 같다. 인물이 나오려면 천시, 지리와 맞물려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요구하는 인물은, 주변 강대국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수는 없지만 그 압박 강도를 줄이는 전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인다.

천·지·인 삼재(三才)를 국내 상황에 도입해 보면 대구, 광주, 부산으로 좁혀진다. 삼재 가운데 지리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대구는 팔공산이 우뚝 서 있고, 광주는 무등산이 버티고 있다. 양쪽 다 1000m가 넘는 고산이다. 인구 100만이 넘어가는 대도시의 복판에 이러한 고산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는 세계 대도시 역사에서 흔하지 않다. 1000m급의 정기 강한 영산(靈山)이 서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두 도시의 자존심과 주장이 강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주장이 강하다 보니까 발생하는 문제가 한 줄로 서 있다는 점이다.

대구는 우파적 성향을 대표하고 광주는 좌파적 성향을 대표하는 줄만 서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줄은 없다. 대구에서는 좌파적 줄은 약하고, 광주는 우파적 줄이 약하다는 말이다. 즉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 부산은 두 줄이다. 우파 줄과 좌파 줄이 공존한다. 부산은 1000m급 산도 없다. 단색적인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그 대신 해운대, 신선대 등등의 ‘대(臺)’만 여러 개 있다. 대는 경치를 관망하는 뷰 포인트에 해당한다. 이 여러 개의 대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으니 이름을 지을 때 솥단지 ‘부(釜)’ 자를 쓰지 않았나 싶다. 좌물(左物)과 우물(右物)을 같이 넣고 끓일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대구, 광주는 카드가 한 장이지만 부산은 두 장이니까 이 카드 냈다가 저 카드도 낼 수 있는 다양성이 있다. 현재는 부광지리(釜光之利·부산과 광주가 연대하는 이점)의 이점을 부산이 누리고 있다고 보인다. ‘부광지리’의 대도(大都)가 부산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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