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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충상 前영장판사 "명재권 판사, 조국 동생 풀어준 기준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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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 조국 동생 영장 기각에 두번째 공개 비판
"법원, 양형기준처럼 영장 발부 기준도 공개해야"
"명재권 잘못된 판결, 제도 개선의 큰 계기 되길"

조국 법무장관 동생(52)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공개 비판을 했던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하라"고 13일 촉구했다.

조선일보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 캡처


이 교수는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에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서신에서 "이번에 명재권 판사가 조국의 동생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을 보고 구속영장 발부 기준 공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법원 내부에 영장 발부 기준이 여러 죄명별로 구체적으로 서면화되어 있는데도 외부에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명재권 판사가 그 기준을 위반해 조국의 동생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는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영장전담 판사 시절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하라는 말을 듣고 저항감을 느꼈다"며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하면 오히려 구속만 안 될 정도로 범행하는 것을 조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4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시절 영장 발부 기준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배임수재죄에서 수수액수가 제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5000만원 이상의 수수이면 실형이 예상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아 영장발부를 원칙으로 한다"며 "수사개시 전에 돈을 반환한 경우에는 발부 기준액을 1억원으로 높이고, 돈을 받고 부정한 업무처리를 한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발부 기준액을 2000만원으로 낮췄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런 영장 발부 기준이 공개되어 있었으면 명재권 판사조차도 기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조국의 동생은 2억원의 일부라도 반환한 것이 아니고 그 돈을 준 사람들을 교사로 채용하는 부정한 업무처리를 하였고 교사의 채용은 공정성이 아주 높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배임수재죄 한 죄만으로도 도저히 구속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조국의 동생이 증거인멸교사를 한 것도 명백하다"면서 "그가 배임죄는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배임수재죄와 증거인멸교사죄 두 죄만으로도 영장기각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명재권 판사의 영장 기각이 크게 잘못된 것인데도, 거꾸로 영장 기각에 비추어 검찰의 과잉수사가 입증된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은 본말전도"라면서 "구속 여부가 형사절차에서 제일 중요한 점, 우리나라에서는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누구도 항고할 수 없는 점, 구속 여부의 예측가능성에서 선진국에 크게 뒤지고 있는 점에 비춰봐도 구속영장 발부 기준 공개의 필요성이 아주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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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보낸 서신. / 조선DB


이 교수는 "이용훈 대법원장 때 사법부가 양형기준을 자발적으로 제정하여 공개하기 시작했고, 양승태 대법원장 때 그 작업을 확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양형기준의 제정과 공개 전에는 재벌 회장이 수백억원 내지 수천억원의 횡령, 배임을 해도 부도난 재벌이 아닌 이상에는 거의 집행유예였는데 양형기준의 제정과 공개 후로는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형기준의 제정과 공개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는 법관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속영장 발부 기준의 공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영장 발부 기준이 공개되면 변호사들의 수입은 줄어들텐데 이는 어쩔 수 없다"면서 "필자가 변호사 폐업을 하였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나라를 위하여 쓰는 것"이라고 했다. 또 "10여년 전 대통령이 사면권을 크게 남용한 잘못이 사면심사위원회의 설치라는 제도개선의 큰 계기가 된 것과과 마찬가지로 명재권 판사의 크게 잘못된 영장 기각이 구속영장 발부 기준의 공개라는 제도 개선의 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핑계를 대지 말고 신속히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조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서면 심리한 뒤 "주요 범죄(배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루어진 점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핵심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에 비춰 구속 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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